얼마 전, 보호소로 들어온 진도 황구 자매 이야기입니다. 현재 4개월령 정도의 나이로 추정되는데, 8kg가량 몸무게가 나가니 성견이 되면 꽤 큰 진도견이 될 아이들이죠. 구조돼온 첫 날, 보호소 옆에 달린 본원이란 구조병원의 작은 분양장에 끼어있다 시피 있었던 아이들을 들여다보고는 가엾어서 ‘우쭈쭈’ 한 번 해줬을 뿐인데, 다음날 제가 들어가니 녀석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깨갱깨갱~’ 거리는 겁니다. 헉! 옆에 계시던 소장님 말씀이 여태 찍소리도 안하고 있다가 제가 오니 저렇게 우렁차게 깨갱깨갱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간식 한 개 안주고, 1분도 채 안되게 들여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참 영리한 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아이를 함께 데려다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입양 여건이 안 되니 제게 주어진 글 쓰는 좋은 기회에 신문지면을 통해서 아이들 입양 홍보를 해봅니다. 물론, 큰 기대는 안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저희 입양 진행스텝 한 분이 얘들 원숭이 이마보고 한마디 하네요.
“시바로 자라거라~”
참 서글픈 말입니다. 시바이누, 참 예쁘죠? 하지만 일본 황구죠. 아이 때 주둥이가 시커먼 황구. 여기 보호소에도 이런 황구 아이들이 많아요. 말 나온 김에 시바견만 구조한다는 국내단체가 있어서 보호소로 들어온 시바견 구조 요청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종이 아니라서 구조 안하겠다고 거절당한 씁쓸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일제치하 식민지 시절에 우리나라 토종견인 신라개(댕견)가 엄청 학살당한 역사가 있죠. 일본신사의 고마이누를 닮았다며 자존심 상한다는 이유로요. 제주개 또한 모피로 쓰고, 먹고 그러다가 멸종위기에 처하니 이제 와서 ‘복원’ 어쩌고 하며, 분양 경쟁 또한 10대1을 훌쩍 넘길 만큼 치열했습니다.
어쨌든 가난했던 시절 개를 먹는 문화는 현재의 이런 애들 모두를 식용개 이미지로 고착화시키며 똥개로 전락시켰습니다. 바뀌겠죠. 또한 수년간에 걸친 유기견 구조 및 입양활동을 하다 보니, 조금씩이나마 바뀌어가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는 입양활동을 주로 하는 단체인 만큼, 토종견들이 이미 식육견으로 고착됐지만 차세대로 이어지며 더 고착될 수 있는 이미지의 처참한 뜬장 모습보다 가족 품에 안긴 따뜻한 반려견의 모습으로 많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따사로운 봄날, 보호소 앞마당에서 산책은 이들에게 주어진 단 10분간의 행복입니다. 보호소 철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아이들에게 주어졌던 10분의 행복은 짧았던 봄날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질 철장 안에서 고통의 시간, 아니 그 세월은 또 얼마나 길어질런지요. 이 아이들, 억수로 운이 좋아서 빠른 기간 안에 평생 사랑으로 품어줄 좋은 가족 만나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