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젊은 세대들에게 팝송은 아주 오래 전 청년문화의 한 때를 이끌었던 추억의 장르로 치부돼 있는 듯합니다. 하기야 요즘은 워낙 다양한 음악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보니 그도 그럴 법 합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접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려운 장르였던 재즈가 그들 문화 속에 아주 자연스럽고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 소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춰 광고음악으로도 심심치 않게 재즈가 흘러나오고,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한 너무도 많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재즈를 만나게 됐네요.

오래 전에 다운타운가 디스크자키로 있을 때, 사실상 재즈라는 음악은 일반 팝 팬들에게 너무나 생소하고 고루한 장르로 비춰져 들어보려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어요. 어쩌다 한번 선곡하려 치면 이내 하품하고 있는 손님들의 모습을 애처롭게 봐야만 했거든요. 그랬던 그 시절에도 누구나 들어서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느꼈던 곡이 바로 귀에 익은 데이브 브루벡 4중주단(Dave Brubeck Quartet)의 ‘Take Five’였답니다.

데이브 브루벡 4중주단은 그룹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리더 겸 피아노 연주자인 데이브 브루벡을 주축으로 만든 그룹입니다. 데이브 브루벡이 유럽에서 연주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길에서 들었던 터키지역 악단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그룹의 색소폰 연주자인 폴 데스몬드(Paul Desmond)가 색소폰으로 곡의 멜로디라인을 만들어서 완성한 곡이 ‘Take Five’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니까 만든 과정이 대단히 복잡해 보입니다. 멤버들이 공연 연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 폴 데스몬드가 데이브 브루벡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냥 편하게 색소폰으로 멜로디를 불어답니다. 그것을 우연히 듣게 된 동료들이 심심풀이로 서로 조율하듯 맞춰 봤는데 의외로 대단히 멋진 곡이 나왔다는 거예요. 대단한 곡이지만 우연찮게 솎아진 시간이 약 5분밖에 안 걸렸다고 해서 ‘Take Five’라는 제목이 만들어졌다는 재미있는 사연도 생겨났답니다.

사실 ‘Take Five’란 제목에는 재미있는 의미가 있답니다. 재즈에서는 녹음을 하더라도 곡을 워낙 다양하게 해석하니까 같은 연주자라도 다르게 해석해 즉흥적인 연주가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종종 같은 제목의 곡들이 순서를 달리해 한 앨범에 실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Take’는 몇 번째로 녹음이 된 곡이냐는 의미를 가진 제목이지요. 아시는 분 별로 없으셨지요? 다 알고 계셨나요?

하지만 ‘Take Five’에서 Take는 그런 뜻으로 쓰인 게 아니에요. 또 몰랐지요? 과거 재즈의 주류는 4/4박자나 3/4박자의 왈츠가 일반적이었고, 1950년대 후반까지 거의 모든 연주가들이 이 원칙에 충실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걸 깬 사람이 ‘폴 데스몬드’입니다. 이 곡은 4박자나 3박자가 아닌 5박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곡이 처음 나왔던 1959년에는 평론가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네요. 하지만 ‘Take Five’는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듣기에 좋게 느껴질 정도로 명곡이 됐습니다.

이 곡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악기는 색소폰입니다. 데이브 브루벡이 건반을 두드리며 쓰윽 밀면 폴 데스몬드는 색소폰으로 피아노 연주를 잡아 당겼다가 놓으면서 강약조절을 합니다. 그리고는 드럼과 베이스가 꼭 있어야 할 자리에 기가 막히게 소리를 집어넣으며 박자를 이룹니다. 마치 파도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밀고 당기며, 이렇게 재즈 역사상 최고의 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Take Five’는 클래식으로도 연주되고 내로라하는 팝 싱어들의 목소리가 곁들여진 곡으로도 들을 수 있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연주자나 가수의 곡으로 들어도 전부 훌륭하고 매력적인 곡이지만, 이 곡만큼은 원래 그룹의 음악을 우선 들어보시라 권해드립니다. 들어볼 곡은 2009년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에서의 연주 모습인데 이 때 데이브 브루벡은 90살 가까운 나이었습니다. 30여 년 전 연주 모습을 도입 영상으로 시작해서 10분 남짓 펼쳐지는 연주를 담은 것인데, 연주하는 모습이 어쩌면 도인 같아 보입니다. 혹시 몰라 초기의 오리지널 버전 동영상도 함께 소개합니다.

● 2009년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 연주 모습 http://youtu.be/7dmfS8WdK1I
● 초기 오리지널 버전 연주 모습 http://youtu.be/PHdU5sHig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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