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한 가수가 불렀던 노래 제목이다. 사람의 환심을 사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이 있었을 게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몇 번의 만남이 있어도 또 시간이 지나면 대면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남독녀 딸아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집에 있는 시간 대부분을 엄마 아빠를 마치 친구인 냥 대하며 놀지만 때론 홀로 뭔가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어쩜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딸아이는 공원을 가든 식당 놀이터를 가든, 혼자 뛰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몇 분을 뛰어다니다 지치면 이내 엄마 아빠를 찾아와 같이 놀아달란다.

부모란 게 그렇지 않을까.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야 한정 없는데 체력이 안돼. 부모의 무기력을 눈치 챈 딸아이는 금세 인근에 있는 또래 친구들 주변을 맴돈다. 적극적으로 놀아달라고 요구도 하지 않는다. 시나브로 무리 속에 들어가 몸 부딪히며 노는 것도 아니다. 주변인도 그런 주변인이 없다. 딱 10분 정도만. 나름 분위기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특정한 또래 친구를 찾아 들릴 듯 말 듯 추파를 던진다.

“너 밍밍이 아니”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 이름이다. 처음 만난 그 아이가 알 리가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 아이는 대꾸를 한다. ‘아니’ 그리고 서로 간에 몇 마디를 더 주고받더니 곧 까르륵 웃으며 놀고 있다.

딸아이가 10여분 만에 친구를 사귀는데는 몇 가지 절차가 있다. 우선 무리보다는 홀로 온 아이를 선택한다. 10여분 정도 분위기 파악을 마친 뒤 놀아도 되겠다 싶은 판단이 서면 상호간의 거리를 최대한 좁힌다. 다음부터는 구체적인 내용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전부 파악하기 어렵지만 직접 확인한 사례로 짐작 해본다. 딸아이는 동성은 액세서리나 인형을 들고 접근했다. 반면 이성에게는 ‘우리 아빠가 다 해준대’란 이상한 자신감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구나. 친구란 내가 필요한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타인이 필요한 것을 가진 내가 그들의 친구인 거구나.

그렇게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한나절 정도 마치 죽마고우처럼 시간을 보냈지만 헤어질 때는 또 참 ‘쿨’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잘 가’ 인사 한마디면 충분하다. 내심 안쓰러워하는 우리에게 딸아이는 그저 시큰둥하게 말한다. “아 다음에는 또 어떤 친구를 만날까”

최근 활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딸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따듯한 봄날. 우리 식구 3명은 인근 공원으로 나섰다. 도착한지 10여분이 지났나. 딸아이와 공놀이를 하고 있는 사이로 또래 즈음되는 녀석이 끼어들었다. 자기도 공놀이를 하겠단다. 그렇게 둘은 한 시간이 넘도록 놀다 다음 주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시 한주가 지나고 딸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약속 없냐고. 대뜸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단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공원. 딸아이는 친구를 찾으러 공원 한 바퀴를 같이 돌 것을 권했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오지 않았다. 딸에게 그만 기다리고 아빠랑 놀자고 말하는 순간. 손을 곱게 모으고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친구가 오게 해주세요.” 그 친구는 딸이 필요한 무엇을 준 것일까. 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녀석이 고맙고, 밉고, 질투나고 그렇다. 이게 아빠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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