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상대로 수십년 간 성추행 의혹
용인대학교·국악계 대책 마련 부심

미투(#Me Too) 운동 확산이 용인 지역까지 번졌다. 용인문화원 이사, 용인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는 등 지역 국악계에서 주요 인물로 꼽혔던 거문고 명인 이오규(사진) 전 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자신을 꿈이 많았던 국악과 학생이었다고 밝힌 A씨는 SNS 미투 폭로를 통해 이오규 전 교수가 연주 잘하는 법을 알려준다며 가슴에 손을 댔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눈물만 나고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A씨는 “소리 지르고 나가버리면 절 쫓아와 죽일 것 같았다”고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A씨가 이 사실을 ‘다른 학교 여자 선생님들’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말은 “여기 원래 이런 곳이다. 그것도 그 교수 능력”이라는 대답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이 전 교수와 선생님들의 말을 듣고 국악인의 꿈을 접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전 교수에 대한 미투 폭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 교수에 대해 먼저 글을 남긴 사람의 증언을 듣고 당시 이 교수의 표정, 교수 방, 입었던 옷 등이 너무 생생하게 생각이나 견딜 수 없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용기 내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미투 제보자인 용인대학교 국악과 졸업생 B씨는 이오규 전 교수가 학과생들을 교수 방으로 부르는 게 일상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SNS 미투 폭로글을 통해 이 전 교수가 교수 방에서 복식호흡을 알려주겠다며 “누워보라”고 말하거나 복식 호흡하는 것을 직접 느껴보라며 뒤쪽에서 몸을 밀착하고 ‘주요 부위를 비볐다’고 밝혔다. B씨는 친구들의 증언도 덧붙였다. 한 친구는 “복식호흡을 가르쳐준다며 누워보라 하더니 위에 올라타면서 복식호흡을 느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SNS를 통해 피해자가 직접 밝힌 이오규 전 교수에 대한 성추행 증언만 5건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50대 피해자가 학생시절 당했다는 미투 폭로도 있어 수십년 간 미성년자를 포함한 제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성추행이 지속돼 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관련 기관·단체 빠른 대응…학교는 명예교수직 박탈
이오규 전 교수가 거문고 명인이자 용인 내 관련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만큼 미투 폭로로 인한 지역 관련 분야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 씨와 관련된 단체와 기관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오규 전 교수가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용인대학교는 15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 전 교수의 명예교수직을 박탈하기로 최종 결정 내렸다. 용인대학교는 또 현재 추가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국악과 2~4학년 재학생을 상대로 학생생활상담센터를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교 관계자는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13일부터 전수조사에 들어갔다”며 “익명을 보장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추후 피해와 관련해 전문가를 통한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 교수 성추행 미투 폭로와 관련해 관련학과 교수 등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반면 일부 국악과 학생들은 신입생 시절 선배들로부터 “이 교수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용인문화원 역시 관련 의혹이 불거진 14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오규 전 교수를 문화원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용인문화원은 최근 이 전 교수가 전담 강사로 활동했던 용인취타대에 대해서도 새로 강사를 초빙하고 단원들에게 사과를 전하는 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

또 문화재청은 16일 이 전 교수에게 매달 지급했던 66만원의 전수교육지원금을 당분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계속 나오면서 정상적인 전승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화재청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전 교수의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전수교육조교 인정 해제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편 용인 국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 전 교수 성추행 의혹으로 관련 분야 침체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면 죄 값을 치르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한 사람의 문제로 용인 내 국악 분야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오규 전 교수는 현재 휴대폰을 꺼놓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이번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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