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이웃에 봉사하며 살고파”

“어떤 때는 하루 10시간 넘게 쓰는 날이 있어요. 성경이 날 끌어당기는 느낌이죠.”

84세 고령의 나이에도 성경 필사(베껴 씀)를 하고 있는 배이숙 씨는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배 씨는 2016년 9월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역북동 이전을 결정하자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교회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성경 필사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여기에서 만족할 만도 한데 요즘 배 씨는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힘들다는 성경 필사를 또다시 도전 중이다.

지금까지 필사를 하며 쓴 펜만 50여 자루. “연세도 있으신데 눈이 침침하고 팔다리도 쑤시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배 씨는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말 이상하죠. 오히려 눈은 시원하게 잘 보이고 처음엔 손이 저렸는데 지금은 멀쩡해요. 하나님이 제게 성경 필사를 하라고 건강을 주시나 봐요.”

우스겟 소리처럼 말했지만 배 씨는 정말 성경 필사 후 좋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며 이를 확신했다.

“올해 초부터 좋은 일이 많이 생겨요. 키우던 구피가 70마리나 새끼를 낳고 베란다 정원 꽃은 큰 꽃봉오리 두 개가 솟아오르더니 지금 보시다시피 활짝 피었어요.”

그런 배 씨의 남은 소망은 건강한 몸으로 남에게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란다. 성경 필사를 시작할 당시 ‘내 주제에 이거 못 쓸 텐데’하는 생각이 강했다면 완성 이후에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성경에서 갈렙은 하나님께서 85세에 뜻을 이루게 하셨어요. 아브라함은 100세에 약속을 이루셨죠. 저도 이제 남은 생을 이웃을 위해 뭐든 하고 싶어요.”

배 씨가 이렇게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갖게 된 것은 지난 어려운 시절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 너무 가고 싶은데 할아버지 반대에 이웃에 있는 삼촌 집에 가방을 숨겨 두고 다녔단다. 보자기 가방을 메고 십리를 걸어 학교에 다녀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1966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용인시 삼가동으로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배 씨에게 용인은 고향이나 다름없다. 정말 어려울 때 밥이 없어 이웃에 보리쌀 한 그릇 꿔오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집이 물에 잠기면 앞집에 아이들을 맡기기도 했다. 어려웠던 옛날 비해 풍족한 지금의 삶에 배 씨는 끝없는 감사함이 몰려온다고 했다.

“큰 게 아니더라도 음료수 하나, 밥 한 끼라도 베풀며 살고 싶어요. 주변에 봉사할 일이 있으면 부지런히 다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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