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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과 경제
  • 김상국(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18.03.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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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원래 양력을 쓰지 않고 음력을 쓰는 나라였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어느 땐가 양력을 우리의 공식 날짜로 정한 후 신정이라는 단어가 생겼고, 옛날 음력 1월 1일을 구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수천년 지속된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았고, 또한 정권이 바뀌자 사람들의 오랜 관습을 존중해 구정을 다시 부활해 휴일도 3일로 늘리고, 명칭도 구정이 아니 설로 정했다. 지금 무의식적으로 음력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조금 독특한 측면이 있는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나 며칠씩 지속되는 축제가 있다. 중국의 춘절제, 이탈리아의 사육제(카니발), 브라질 리우의 삼바축제, 가까운 일본만해도 마쯔리가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일년에 여러 번 있다. 그래서 그때는 온 동네, 온 지역 사람들이 모여 며칠씩 시끌벅적한 행사를 하고, 매스컴에서 그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축일은 있어도 축제는 없다. 우리는 축제가 없었던 나라는 절대 아니다. 신라 때부터 길쌈놀이, 추석날, 설날 등 떠들썩한 세시풍습이 많았다. 특히 동지, 입춘, 대보름, 추석 때에는 매우 큰 축제가 있었던 나라다. 그러나 일본 강점기 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한 일본이 모든 축제에 매를 들고 막는 바람에 축일은 있되 축제가 없는 나라가 됐다. 일제 잔재 청산 노력 중 하나로 우리 고유의 축제를 부활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즈음 이상한 축제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야 종교적 행사이니까 그런다고 하지만 발렌타인 축제, 할로윈 축제 등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 많다. 30년 전 유학시절 어느 날 갑자기 어린애들이 이상한 복장을 하고 집 앞에서 과자를 달라 하고, 어른들은 피를 흘리는 괴기한 분장을 하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게 우리나라에 수입돼 이제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 같다.

필자가 축제를 말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데 있다. 언젠가 서울 강남을 돌아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과장이 아니라 모든 간판이 외국어였고, 단 하나 우리말 간판은 명품 옷수선한다는 조그만 간판이었다. 우리나라 토종 농협도 NH은행이고, 최근에는 동부그룹도 DB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새마을금고도 MG새마을금고다. 필자는 지금 약 10년 넘은 차를 타고 있다. 거리도 29만km가 조금 넘었다. 그러나 하등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느끼지 못하는 불편을 옆 사람들은 느끼나 보다. “김 교수, 차 좀 외제차로 한번 바꿔 보지.” 이런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내 대답은 한결 같다. “우리나라 차 좋아요. 그리고 외제차 타 봐야 고장 나면 수리비만 엄청 들고 별로예요.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도 우리나라 차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벤츠나 BMW와 비교해 신차 성능은 우리 차가 더 낫다고 나왔어요.” 그러면 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외제차는 연비가 좋잖아요.” 글쎄? 외제 신차와 우리나라 오래된 차를 비교하면 모를까 신차끼리 비교하면 결코 차이가 없다. 결국 외제차를 타고 싶은 심정에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자기의 심리적 외로움(?)을 대신하기 위해 외제차 타는 심정을 그렇게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동에 매우 큰 경제적 함정이 숨어있다. 모든 경제이론은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행동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즉 경제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사람들은 차를 구매할 때 그것이 외제인가, 국산인가를 따지지 않고 그 차가 과연 가격과 성능 대비 합리적인가를 따져서 차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요즘 누구나 경기가 나쁘다고 한다. 그러면 당연히 줄어든 수입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명절 인천공항 해외여행객 수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고, 토·일요일 고속도로는 어느 때보다 붐빈다.

결론을 말하겠다. 축제는 놀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다.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오랜 노동 끝에 쌓인 피로를 빠른 시간 내에 풀어주는 사회적 장치이고, 그것을 통해 민족과 나라와 이웃 간에 끈끈한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본질이다. 거기에서 애국심과 애족감이 나도 모르게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제는 우리 고유의 축제를 없애려고 그렇게 집요하게 노력했던 것이다. 일제의 잔재와 수입상품의 판매로 순간의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 역사의식이 없는 행정가들의 결합이 오늘날 국내 경기 불황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다른데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문제로 생기는 불황은 극복하는데 매우 많은 시간을 요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빨리 깨어나야 한다. 진한 맛의 불고기를 먹으면서 와인을 마시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

김상국(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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