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활동하는 생태활동가들과의 만남은 참 행복하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고 싶어 하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즐겁다. 함께 공부하던 중 마을 숲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마을 숲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이야기, 도로를 넓히거나 아파트가 들어오는 등의 개발로 오래된 가로수길이 베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파트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함께 아름드리로 커가며 도시숲을 만들고, 그곳이 새들의 새로운 집이 돼간다는 다른 의미의 마을 숲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의 마을 숲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2014년 경기도 마을 숲에 관한 연구자료에서 안타깝게도 서울과 인천은 예전 마을 숲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용인시에는 문헌에 확인된 17곳 중 2곳이 사라졌다. 용인시의 마을 숲은 처인구 원삼면 맹리 맹골 숲을 비롯, 처인구 이동면 서리 중덕골, 양지면 대대리 웃한터,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 전대리, 처인구 모현읍 초부리 상부곡, 처인구 모현읍 갈담리 갈월, 기흥구 보정동 이현비보, 기흥구 보정동 독정비보, 기흥구 언남동 마골비보, 기흥구 고매동 고매동비보, 처인구 이동읍 묘봉리 상동, 기흥구 영덕동 황골, 처인구 남사면 통삼리 통골, 처인구 양지면 식금리 식송, 처인구 이동읍 천리 노루실이라고 언급한다. 마을 숲은 종교적, 풍수적, 유교적인 배경, 그리고 자연 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마을주민들이 조성하거나 마을에 있는 자연숲을 관리해 만들었다.

용인시의 마을 숲은 대부분 마을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의미의 비보숲이다. 그러나 마을 숲은 이제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목적보다 쉬며 서로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필자는 산에서 느티나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느티나무는 산에서 쓸려 내려온 흙과 양분이 쌓이는 곳, 사람들도 살기 좋아하는 그런 곳에 산다. 느티나무와 사람이 친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용인 마을 숲의 대부분도 느티나무군락이거나 노거수인 느티나무 몇 그루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느티나무는 가지가 많아 수형이 넓게 퍼져서 전체적인 모습이 풍성하고 아름답다. 잎은 작지만 빽빽하게 나서 빈틈없이 깊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숲에서 느끼는 그런 마음의 편안함을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단풍도 예쁘고 낙엽까지 거슬리지 않는다.

오래된 느티나무는 언젠가 죽는다. 지금도 많은 노거수 느티나무가 그들의 상처를 시멘트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나무가 뿌리를 두는 곳은 마을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의자와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흙이 들어나지 않게 깨끗하게 포장해 놓은 것이다. 마을 숲이 개발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마을 숲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개발하는 곳에 있는 그 지역 나무를 지역에서 살려내고 다시 심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숲이 사람들의 쉼터라는 의미에서 공원과 비슷하다면 마을 공원과 마을 숲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공원이 참 많이 좋아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마을의 전통, 문화와 함께 간다면 풍성한 공원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그러면 전국의 마을공원이 조경회사의 유행에 따라 모두 같은 나무를 심지 않고, 그 지역의 특징을 보여주는 개성적인 공원으로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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