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감리 업체 공사·감독 허술” 지적 나와
학부모·시민단체 관리감독 시스템 필요

겨울 방학 동안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했던 용인 소재 초등학교 두 곳에서 공사 완료 후 석면 잔재물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학부모들은 불안을 넘어 교육당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확실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겨울방학 동안 석면 철거 공사를 실시한 전국 1227개 학교 중 201곳을 조사한 결과 43곳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외 시민단체가 지적한 석면 검출학교도 10곳으로 총 53곳에 달한다. 이 중 용인 지역은 용인초등학교와 제일초등학교 2곳이 포함됐다. 지난해 여름 방학기간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한 학교 중 두 곳에서 잔재물이 검출된 이후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용인초는 교육부 점검단 검사 결과 겨울 방학 기간 석면 철거 공사를 한 건물 2층 창고에서 석면이 검출돼 후속조치 중이다. 용인초는 학부모들에게 지난달 28일 ‘이번 석면 검출로 전문 업체 청소를 진행했으며 공기질 검사를 의뢰해 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학교 측은 또 학생 안전을 위해 다시 한 번 청소를 하기로 했다며 9일까지 해당 건물 2층과 3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일초는 공사 완료 후 학부모와 교직원으로 구성된 점검단 검사 과정에서 석면 잔재물을 발견한 경우다. 점검단은 병설유치원 후문과 이어진 인도, 현관 앞, 공터, 놀이터 모래 등에서 석면 텍스 조각을 발견하고 이를 시민단체에 성분을 직접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초 학부모와 교직원들은 지난달 28일 용인시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석면 철거 과정에서 전문 업체가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제일초 한 교직원은 “석면 철거 기간 중 전문 업체 직원이 방재복을 입은 채 수시로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장면을 봤다. 또 석면 폐기물을 비오는 날 밤에 감리사 없이 수거해 가는 등 정해진 메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학부모는 “감리 업체가 공개한 보고서 중 일부가 우리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내용을 그대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사진은 물론 보고서 내용 중 오타까지 같았다. 엉터리 감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전문 업체가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일초 한 교사는 “석면 잔재물 검출 이후 철거업체는 청소를 다시 해주겠다며 고발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이 학교가 수십년 전 석면자재로 건축됐기 때문에 주변에 석면 잔재물이 검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 철저히 공사하지 않고 오히려 변명만 늘어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학부모와 시민이 참여하는 관리감독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석면 철거 공사 후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포함된 점검단이 참여해 잔재물 조사 등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여름방학 석면 철거 공사 이후 19개 학교 중 12곳에서 석면이 재검출되자 겨울방학 석면 철거 학교에 대해 지역 2개 환경단체와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합동 점검단을 꾸려 작업완료 후 잔재물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모니터링단 검사에서 직접 고형, 먼지 등 70개의 시료를 채취해 전문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33%에 달하는 23개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져 관리·감독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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