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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만 ‘용인시박물관’이어선 안 된다
  • 김장환(용인문화원 사무국장)
  • 승인 2018.02.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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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용인문화유적전시관이 용인시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지난 2월 5일 ‘용인시 용인문화유적전시관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이 용인시의회에서 의결됨으로써 용인문화유적전시관은 ‘용인시박물관’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게 됐다.

2009년 11월 개관한 용인문화유적전시관은 2002년 용인 동백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동백지구에서 발굴된 역사·문화적 보존가치가 있는 구석기 문화층을 이전, 복원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2970㎡ 규모로 지금까지 용인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해 왔다.

용인문화유적전시관은 박물관 설립 법령의 등록 기준상 1종 종합박물관으로 이미 등록이 돼 있었던 만큼 ‘용인시박물관’으로의 명칭 변경은 시립 박물관으로서 제 이름을 찾은 것일 뿐만 아니라 단순 전시관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그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 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한 도시를 이해하거나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먼저 박물관을 찾아가 보라고 한다. 박물관은 그 도시의 정체성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문화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고, 인구 100만을 자랑하는 용인시가 시립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적인 성장에 진력해 왔다면, 이제는 문화적인 측면의 진흥을 통해 우리 고장을 내세우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문화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시립 박물관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필자로서는 이번 조례 개정이 진정 용인을 상징하는 시립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단순히 명칭만 변경한 것으로 시립 박물관으로서 위상이 제고되는 것이 아니다. 후속 조치로서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해 명칭에 걸맞은 내용과 규모를 갖춘 진정한 시립 박물관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명칭이 변경된 현재의 용인시박물관이 시립 박물관으로서 위상에 맞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곳은 동백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립된 만큼 공간 규모나 입지 여건상 시립 복합 박물관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때문에 입지 여건이 좋은 다른 곳을 물색해 박물관 자체를 이전하거나 네트워크 형태의 제2의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용인시 중장기 문화정책 개발 연구 용역을 통해 기존 전시관을 중심으로 처인구, 수지구에 신규 박물관을 1개씩 건립해 3개의 박물관을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런 구상의 발단은 기존 문화유적전시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겠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조직이나 예산, 인력,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제반 운영의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적 증가에 치중한 나머지 수많은 문제점들을 노정하면서 통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전국의 여타 시립 박물관들의 사례를 주의 깊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박물관은 유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학제적 연구의 공간, 시민들의 교육 및 문화체험의 공간, 문화교류의 공간,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그 기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는 용인시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전을 원칙으로 하되 장기적인 정책 프로젝트를 통해 입지 선정, 전시유물 파악, 예산 확보,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용인시에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문화 자원들이 산재돼 있으며, 이에 대한 발굴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굴된 대부분의 유물과 문화재들은 외지 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으로 옮겨져 고향을 잃은 채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때 모현읍 오희문 선생이 9년 동안 쓴 피난일기인 <쇄미록(瑣尾錄, 보물 1096호)>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고, 모현읍 초부리에서 발굴된 청동거푸집과 포곡읍 유운리에서 발견된 청동검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뿐 아니다. 용인이라는 지명을 관적으로 하는 용인 이씨는 경기도박물관에 875점의 문중 유물을 기증했고, 경기도박물관은 2016년 ‘용인 이씨 기증 유물 특별전’을 개최했다.

용인시립박물관이 있었다면 당연히 용인의 문화자산으로서 후세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을 것을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난해 용인문화원에서 개최한 <용인시민 소장 문화재전>을 통해 확인했듯이 용인에는 아직 선조들의 삶을 투영하고 우리 고장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문화자산들이 산재해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김장환(용인문화원 사무국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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