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으로 알려진 구토 질환은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혀 온 흔한 질환이다. 동양에서는 곽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상복부 통증과 구토, 설사가 증상을 말하고 찬 기운이 몸에 들어가 내부를 차게 해서 소화 장애, 복통, 설사, 구토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음식이 원인이며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주로 발생한다고 기록돼 있으나 겨울철에도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구토, 복통, 설사가 수일간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고, 각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초를 달여 먹거나 소금물로 구토를 유발시키는 치료법이 사용됐다.

찬 기운이나 음식으로 생각했던 구토병 역시 원인은 따로 있었다. 18세기 후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미경과 다양한 검사 방법으로 각종 질병의 원인 세균과 바이러스를 하나 둘씩 밝혀내고 있었다. 가장 단순하고 쉬운 질병 중 하나인 복통과 구토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29년 자호르스키는 여름철에 흔히 발생하는 장염과 겨울철에 발생하는 위장관 질환이 약간 다른 형태이며 ‘겨울철 구토병’이 하나의 병원체가 유발시킨다는 가설을 세웠다. 환자 검체에서 원인 세균을 배양하는데 실패했으나 세균보다 더 작은 미생물, 즉 바이러스 형태의 물질이 똑같은 증상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바이러스라는 것은 알게 됐으나 계속되는 집단 발병에서 원인 물질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구토병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러스학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1950년대와 60년대 수많은 시도가 이뤄졌으나 바이러스를 배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전자현미경이 활용됐으나 너무나 작은 바이러스 조각을 찾아내기에는 쉽지 않았다. 또한 발견된 작은 조각들이 원인 바이러스인지 아니면 우연히 발견되는 다른 바이러스 조각들 중 하나인지 감별하기 어려웠다. 미국 오하이오주 노워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은 원인 물질을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8년 10월 30일 미국의 한 도시인 노워크의 브론슨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232명의 학생과 교직원 중 116명이 구토와 복통을 호소했고 대부분 하루 이틀 사이에 좋아졌으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첫번째 집단 발병 환자들의 가족 372명 중 120명이 11월 1일 구토와 복통을 호소한 것이다. 단순 식중독이 아닌 전염병이었다. 이후 1개월 동안 노워크 지역의 위장관염 환자가 3배나 증가했고 원인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가 시작됐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모두 외부에서 급식을 받았고 같은 업체에서 공급받은 인근 중·고등학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집단 발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검사가 시행됐으나 어떤 원인이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었고 배양도 되지 않았다. 만일 배양이 됐다면 원인 물질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이 물질은 전혀 자랄 생각이 없었다. 세균이 아닌 어떤 바이러스임은 분명했으나 당시 과학기술로 명확하게 밝혀낼 수 없었고 검체들은 미국 질병관리본부로 보내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관됐던 노워크 환자들의 검체는 1972년 한 과학자에 의해서 빛을 보게 됐다.

1972년 미국의 카피키안은 질병관리본부에 보관돼 있던 노워크 환자들의 검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자현미경으로 작은 바이러스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나 병원성 바이러스를 감별하기 어려웠는데, 면역 항체를 투여하자 바이러스와 격렬하게 반응했다. 작고 동그란 물체가 항체와 뭉쳐진 형태로 관찰됐는데 이 바이러스가 질병의 원인 물질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노워크 환자의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됐을 때 구토와 복통을 유발시켰다. 노워크의 바이러스가 겨울철 구토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항체를 이용한 면역 전자 현미경이 활용되면서 겨울철 구토병 환자에서 작고 동그란 바이러스들이 계속 발견됐다. 각 바이러스들은 서로 모양과 특성이 조금씩 달라 별개의 바이러스로 생각해 발견 장소에 따라 노워크, 하와이, 토론토 바이러스 등 발견된 지명에 따라 불려졌다. 1990년대 노워크 바이러스 유전자가 분석되기 시작했고 여러 명칭으로 불리면서 유사한 증상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들이 같은 계통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 겨울철 구토와 복통을 유발시키는 바이러스들은 ‘노로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통일됐다.

노로바이러스는 위산이나 섭씨 60도 이하 저온 살균에 파괴되지 않고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도 증상을 유발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구토물이나 분변에 있는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유입된 후 소장 점막에 침투해 증상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설사보다는 구토와 상복부 통증을 유발시킨다. 한번 감염된 경우 같은 형태의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되지만 독감처럼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서 다시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평창에서 노로바이러스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생긴 안타까운 일이다. 매년 겨울철 노로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증가하고 있는데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염병 예방의 만병통치약 손 씻기와 음식을 끓여 먹는 것이다. 겨울철 구토와 복통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 받고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해 가족과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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