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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이동읍 천4리 경로당 만학도 8명 문해학교 졸업모 쓰던 날

1주일에 3일 모여 공부 
6년만 졸업장 품에 안아

“6년 동안이나 함께 했는데 이제 졸업한다니 시원섭섭해요.”
22일 용인시청 컨벤션홀에서 초등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성인문해학교 3곳 합동졸업식이 있었다. 총 33명이 졸업장을 받았는데 이중 처인구 이동면 천4리 경로당에서 6년 동안 옹기종기 모여 공부하던 대한노인회 처인구지회 문해학교 8명 할머니들을 만났다.
동네 이웃을 넘어 같은 학교 동기로 친구처럼 때로는 친자매처럼 막역하게 지냈던 할머니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주일에 3번을 공부했는데 매일 그 시간만 오기를 기다렸지. 이제 졸업하니 뭘 해야 하나 모르겠어. 학교 친구들은 경로당에서 계속 만나겠지만 그렇게 자주 모일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배움에 ‘이미 늦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올해 최고령 졸업생인 고선원(83) 씨는 처인구지회 문해학교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나이가 제일 많았지만 학구열 역시 제일 높았다. 열 가지를 배우고 돌아서면 하나만 기억나기 일쑤라 반복하고 또 하는 수밖에 없었단다. “어렸을 적에 학교에 입학은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지는 못했지. 글씨 못 쓰는 게 한이었는데 이제 은행에서 돈도 빼 쓸 수 있어.”
자랑스럽게 말하는 고 씨 옆에는 딸 둘이 밝은 얼굴로 서 있었다. “우리 엄마가 1남 4녀를 키우시면서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하셨어요. 이제라도 즐겁게 하고 싶은 일 하시는 엄마 모습이 보기 좋아요.” 딸들의 눈엔 금세 눈물이 고였다. 
이유순(75) 씨는 문해학교에 다니는 내내 가장 고생이 많았던 학생으로 꼽힌다. 중간에 딸들이 손주를 3명이나 낳는 통에 몇 번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단다. 그래도 결국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이를 업고서라도 경로당으로 향했다. 그간 힘들었던 기억이 스치는 듯 이 씨는 졸업식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 씨의 졸업식을 축하하러 온 딸 조미경(50) 씨는 “엄마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앞으로도 늘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거운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6년 동안 가르쳤던 문해학교 교사 최경희(50) 씨는 마지막 수업날 경로당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할머니 8분 모두 결석을 거의 하지 않으실 정도로 열심히 하셨어요. 제게 늘 고맙다 해주셔서 늘 힘이 났고요. 따뜻하게 챙겨주시고 하나를 알아도 크게 기뻐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할머니들 뵈러 가끔 경로당에 가보려고요.”
이번 졸업식에서 용인시장 표창을 받은 강만순(82) 씨, 학생 회장으로 늘 봉사에 앞섰던 권등자(80) 씨, 노환으로 귀가 어두운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이순자(76) 씨, 2년 늦게 시작했지만 열심히 공부해 우수상을 받은 유정자(77) 씨, 편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타고 그림도 잘 그렸던 다재다능한 이순옥(82) 씨, 출석률 99%를 자랑하는 조복순(76) 씨 역시 배우는 즐거움으로 6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한 주인공들이다.     

한편 이날 합동졸업식에는 시 직영 문해학교, 대한노인회 처인구지회 문해학교, 민간 문해교육기관 ‘용인시민학교’ 3곳이 참여했다. 
졸업생들은 이들 교육기관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학습과정 240시간을 이수했다. 
용인엔 시 직영 문해학교를 비롯해 총 35곳의 성인문해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학령기에 기초교육을 받지 못한 만18세 이상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교재비를 제외한 학습비는 무료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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