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와 분권’은 시대적 가치

도민 위한 든든한 ‘스피커’ 역할에 충실
‘난독증 아동·청소년 지원조례’ 제정 보람
6·13지방선거 불출마…새로운 것에 도전

“평범한 사람의 꿈과 희망이 되겠습니다.”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명함에 새겨진 문구다. 경기도의회 3선 도의원으로서 후반기 의장을 맡아 경기도민의 행복과 경기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정기열 의장. 그동안 경기도민을 위해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노력했다는 정 의장은 9대 도의회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6·13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정 의장은 3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도의회에 입성해 젊음과 소통을 무기로 도민과의 소통은 물론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지방분권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며, 홍보와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힘써오고 있다. 경기도지역신문협의회 김숙자 회장을 비롯한 회원사 대표들은 지난 12일 정기열 의장을 만나 임기 동안 의정 성과와 지방분권에 대한 의견 등을 들었다. 다음은 정 의장과 일문일답.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의장이 됐는데.
“기존 의장들에 비해 아직 젊다보니 먼저 다가가기도 쉽고 저를 본 순간 크게 부담감을 갖지 않고 편하게 소통하고 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서 젊음과 소통을 무기로 도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 의견을 의정활동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동료 의원들에게도 신뢰를 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색소폰을 통한 음악봉사활동을 통해 도민 여러분은 물론 동료 의원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경로당이나 복지시설 등에 방문할 일이 많은데 형식적으로 사진 찍고 인사만 하고 오는 게 아쉬워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좋아하며 사람 사이를 짧은 시간에 가깝게 만드는 최고의 소통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뜻을 같이한 도의원 3명으로 경기도의회 음악동호회를 만들었는데 현재 초당적으로 40여명 가까이 참여하는 최고의 동호회로 성장했으며, 틈나는 대로 어르신들이나 사회적 약자가 있는 곳을 방문하면서 음악봉사를 하고 있다. 의장에 취임했을 때 정세균 국회의장님이 저에게 그림 한 점을 주시면서 세 가지 당부한 말씀이 있다. ‘첫째, 겸손하고 여유 있게 정치하라. 둘째, 의장을 수행하면서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갖지 마라. 셋째, 더 멀리 더 곧게 정치하라’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집무실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항상 그 말씀을 되새기고 있으며, 더욱 소통하고 낮은 곳에 귀 기울이며 도민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9대 후반기 의장으로서 도의회를 돌아본다면.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촛불 집회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으며, 경기도에서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오랜 숙원이던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는 등 중요한 일들이 많은 한 해였다.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항상 기본과 원칙을 지켜 의회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기본 원칙과 상식에 맞게 의회를 운영하기 위해 각종 회의시간과 법정 기한을 정확히 지키려고 노력해 왔고 잘 지켜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가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지난해 8월 지방분권·자치권 확보를 위한 3대 핵심과제, 24개 실천 방안을 발표하는 등 많은 토론회와 학술대회를 통해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를 비롯한 경기도의회 의원 128명은 제9대 의회를 잘 마무리하고 제10대 의회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까지 더욱 노력하겠다.”

지방분권 개헌의 필요성과 추진 상황에 대해 밝혀 달라.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탄핵정국이 발생한 것도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한곳에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름만 자치인 지방자치를 넘어 지방분권을 통한 실질적인 ‘지방정부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분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모든 행정사무를 독자적인 입장에서 권한을 행사하며 자주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현실은 열악한  ‘2할 자치’에 머물러 있다. 국가와 지방사무 비율이 일본은 4:6, 미국이 5: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행정권한과 재원의 80%가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개헌을 통해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제2장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도 주민으로서 자치권을 신설해 국민의 기본권 실현으로서 지방자치를 명시해야 한다. 특히 지난 1월 31일부터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추운 날씨에도 국회 앞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와 지방분권개헌경기회의에서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방분권전과 후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10년 후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더욱 클 것이다. 반드시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분권 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6월 지방분권 개헌 투표가 이뤄진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할 것이다.”

의장으로서 또는 3선 도의원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일은.
“의장에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도의회 민원처리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을 수시로 살펴보고 민원현장에도 직접 나가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청소용역 근로자를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 형태로 바꾸었고, 지역상담소 직원을 기간제근로자에서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현재 경기도 내 24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인원이 2169명인데, 그 중 간접고용 인원은 920명, 이에 경기관광공사 등 4개 기관 128명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간접고용 근로자 고용 개선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4개 기관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을 위한 ‘경기도 중소기업 수출 촉진에 관한 조례’,  도민들을 위한 ‘경기도 생활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조례안을 많이 만들어 왔다. 그 중에서도 전국 최초로 발의한 ‘경기도 난독증 아동, 청소년 지원 조례’가 가장 기억에 남으며, 도의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이 조례에 따라 2015년부터 ‘난독증 청소년 전문서비스 바우처’를 만들어 취약계층의 난독증 아동·청소년이 지원 받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난독증 아동‧청소년 전문치료를 지원하고 난독증 선별검사, 상담 및 전문치료를 통해 기초학력 향상 및 학업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의장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기도의 행정이 잘 이뤄지도록 관리·감독·견제하기 위해 도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로 뽑아준 분들이 도의원이다. 그 도의원들의 대표가 도의회 의장이다. 영어로 의장은 체어맨(Chairman) 외에 스피커(Speaker)라고도 부른다. 의장이 사회적 약자의 말이 더 크고 잘 들리게 하는 역할을 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의장은 128명의 도의원을 대표해 경기도민의 행복과 경기도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은 물론 견제를 하고 도민들의 든든한 스피커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의정활동 계획은.
“경기도의회는 ‘자치와 분권’을 가장 중요한 시대적 가치로 삼고 있으며 분권형 개헌의 공론화에 앞장서 왔다. 이것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국광역의회와 연대해 반드시 관철시켜 진정한 지방정부시대를 열겠다. 경기도의회 의정기능 강화를 위해 3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의원보좌관제 실현으로 지방의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 지방의회 인사권을 독립해 보다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의정활동이 되도록 지원, 후원회제도를 만들어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자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정치자금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임기 내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국회 등과 힘을 합쳐 계속 노력하겠다.”

경기도의회에 도민 발언대를 설치한다고 들었는데.
“지난 1월 국제교류협력차 미국 하와이주의 호놀롤루 시의회를 방문했는데 거기서 본회의장에 설치돼 있는 ‘시민발언대’를 보게 됐다. 당시 호놀롤루 시의원 설명이 시민들이 제도나 예산 등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발언권을 얻어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발언이 끝나고 나면 열띤 토론을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귀국 후 경기도의회에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한 결과 ‘경기도의회 회의규칙’만 개정하면 ‘도민 발언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의장단과 교섭단체 등 많은 곳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방식이라 처음엔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도민들의 의견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므로 의장 임기 중에 실시될 수 있도록 법률적 검토 및 실시 방법 등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한 말씀.
“추운 날씨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가정과 직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하고 계시는 도민 여러분에게 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정치는 지금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하며, 정치인이라면 지금은 어렵지만 조금 더 노력하면 희망이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활하면서 어려운 일이나 개선이 필요한 제도 등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기도의회로 연락주시기 바란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사회를 바꾸고 나라를 바꾼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2018년은 새로운 의회가 개원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제9대의회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마부정제’의 자세로 제10대 의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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