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돌봄교실 자리 없으면 학원 내몰아야 하나”

대기자수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어
맞벌이 부모들은 발만 동동

용인시교육지원청이 올해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8곳 증설해 총 200곳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신청자가 정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자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맞벌이 가정 부모들은 당장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돌봄교실’ 희망자 신청을 받은 결과 23일 현재 기준 4484명이 신청했다. 정원 4027명을 훌쩍 넘기며 대기자만 457명, 수용률이 89.8%에 그친 것이다.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정규교육 시간이 끝난 후 별도 교실에서 학생들을 돌보는 제도다. 저소득 가정이나 한부모, 맞벌이 부모 자녀를 대상으로 우선 운영한다.

용인은 올해 삼가초, 신봉초, 샘말초 등 8곳에 돌봄교실을 추가로 신설해 백암초등학교 분교인 수정분교를 제외한 101곳 초등학교 모두가 돌봄교실을 1~2곳 확보하게 됐다. 초등 돌봄교실 증설은 지난해 대기 인원만 300여명이었던 교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이 같은 돌봄교실 확대에도 올해 신규 대규모 단지 입주 등의 여파로 입학생과 동시에 맞벌이 가정이 늘어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이는 대기자 수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200여명 늘어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학교는 30~50명의 대기자가 돌봄교실 배정 추첨에서 탈락되기도 하는 등 새 학기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부 지침 상 돌봄교실 정원이 25명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학교의 경우 1~2개 돌봄교실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용인 지역 대부분 학교는 사실상 돌봄교실을 운영할 공간(유휴교실)이 없어 당장 늘리기 어렵다. 때문에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 학부모 각자 해결해야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학부모들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수지구 죽전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얼마 전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졌다”며 “당장 돌봐줄 누군가를 찾아야 하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아직 어린 나이에 학원을 3~4개 다니게 할 수도 없어 고민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을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기흥구 동백동 한 학부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2학년이라 당연히 지난해처럼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학년을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2학년에게 기회가 돌아간다고 들었다”며 “2학년도 아직 어린데 배정이 되지 않으면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을 돌려야하는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교육 현실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처인구 역북동 학부모 자녀는 새로 입주한 대규모 단지에 생긴 신설 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이 학부모는 “수요 예측이 잘 되지 않아 돌봄교실을 1교실만 만들기로 했다가 2교실로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초과 인원만 50명이라고 들었다”며 “당장 단축 근무를 할 수도 없는 직장이고 몇 시간동안 학원을 보내기엔 아이가 안쓰럽다. 이러면서도 출산률이 낮다고 아이 낳으라고 권하는 사회가 원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인구 역북동 다른 한 학부모 역시 “경제적으로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인데 돌봄교실 신청자를 다 못 받는다니 어쩌라는 것이냐. 떨어진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원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교육청은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도교육청에서 추경을 통해 돌봄교실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수요가 많다보니 모두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돌봄교실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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