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황금개띠해에 첫 번째 유기견 이야기는 우리나라 토종누렁이 진돗개 ‘리암’의 입양이야기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리암이는 지난 2016년 초겨울,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한 초등학교 앞을 배회하던 배회견이었습니다. 5개월 정도 돼 보였던 어린 황구는 시민의 신고로 보호소로 들어오게 됐고 작은 철장에 갇히게<사진 1> 됐습니다. 몸을 간신히 움직일 정도의 작은 철장에서 리암이의 생활이 얼마나 길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용인시동물보호협회(용보협)는 지자체와 함께 수년 동안 안락사를 지양해가며, 유기견의 가족 찾기를 해온 민간봉사단체인데요. 리암이 같은 토종 황구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리암이의 고통이 길어질 것이란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황·백구들을 보면 대부분 식육견 내지 시골마당 어디에서든지 흔하게 묶여있는 마당 견을 떠올리게 됩니다. 짧은 줄에 묶여 평생을 살아야하는 마당 견들의 삶을 일컬어 ‘1미터의 삶’이라고도 합니다.

진도견 리암 모습(사진1)

1미터의 삶을 사는 아이들…. 고무 대야를 엎어놓아 만든 집 옆에는 단 한 번도 닦아주지 않은 듯한 찌그러진 밥그릇과 녹색 이끼로 뒤덮인 물그릇이 놓여있습니다. 밥그릇에 짬밥이라 하기에 뭐한 오물과 이끼 낀 물그릇에 물이나 채워져 있으면 다행이고요. 1미터 남짓한 쇠줄에 묶여서, 모진 한파와 폭염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견뎌내야 하는 게 마당 견들의 삶입니다. 이들도 엄연한 생명입니다. 추위와 더위가 힘들고, 배고픔과 목마름이 고통스러운 생명입니다. 이런 종류의 유기견에 대한 국내 입양은 역시 보잘 것 없는 성공률을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림 같은 전원주택의 잔디는 주로 특정 외국 품종의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현실이기에 저희는 우리의 토종견들을 주로 해외로 입양보냅니다. 1미터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고, 최소한 개고기감으로 훔쳐지거나 팔려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품종을 따지지 않고 그냥 반려견으로 존중해주는 반려견 선진문화가 정착된 나라로의 입양입니다.

 

입양간 가정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리암이 <사진2>

얼마 전 미국 시애틀의 좋은 가정으로 입양 가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곤하게 잠이 든 평화로운 리암이의 모습<사진 오른쪽>을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잠자는 황구. 신선하고도 맘이 따뜻해지는 입양 사진입니다.

5개월의 어린 나이로 보호소 철장에 1년 이상 갇혀 지내며 사회화 과정도 충분치 못했던 리암이었지만, 사람과의 교감이 굉장히 뛰어난 아이였습니다. 봉사자의 볼에 다정한 입맞춤을 하던 아이, 어린 나이임에도 나부대지 않고, 적당히 점잖고 침착했던 아이, 특별히 훌륭한 천성을 가진 아이였던 듯합니다. 이런 리암이도 운이 아주 나빴다면 동네를 배회하다 개고기 신세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배회했던 곳이 용인 시내가 아니었더라면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을 아이입니다.

2018년은 황금개띠해라는 이름만큼, 개들이 덜 버려지고 보다 많은 유기견들이 반려가족이 되는 금같이 소중한 한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기미연씨는 2013년 용인시와 인접 지역인 광주시의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고,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카페 ‘용인시유기동물사랑방’ 개설 후 이듬해부터 비영리민간단체 용인시동물보호협회를 운영하며, 수년 동안 지자체가 안락사를 지양하도록 하며 유기견의 가족 찾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월 두 차례 유기동물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