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남사면과 이동읍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주민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과 만남을 통해 소통행정을 하기 위해서라는 게 용인시의 설명이다. 정찬민 시장은 2년 전 읍면동을 돌며 진행했던 ‘용인애 톡톡’이라는 이름의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건의하거나 요구한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와 주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간담회 시작 전 주민들이 메모지에 적은 질문 내용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결코 길지 않은 대화 시간에서 긴 시간을 할애해 그간의 성과와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하고 반박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주민들의 질문과 답변 시간은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해 놓고 맞춤형 질문과 답변을 하도록 짠 형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를 몇 개월 앞둔 현직 시장으로서 정책성과에 대한 홍보 욕구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과 소통을 내세우며 진행한 ‘주민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짜고 하는 질문과 답변은 곤란하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이 기자들을 무작위로 지목하고 기자들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 정부처럼 사전에 잘 짜인 시나리오가 없었다고 한다. 기자들이 대통령이 곤혹스러워 할 만한 질문이나,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질문을 했느냐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형식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찾아가는 주민과의 대화’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용인애 톡톡’이건, ‘찾아가는 주민과의 대화’ 건 많은 주민 대표들은 시장과 갖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유가 있다. 이전에 진행했던 간담회에서 건의한 사항에 대한 진행 과정과 결과를 알고 싶어서다. 두 번째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이유는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해묵은 숙제가 하루 빨리 풀리길 기대와 바람을 가져서일 거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주민들은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으로부터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 싶어서 간담회에 참석했다. 주민과 소통을 위한 자리라고 한다면 시장은 주민들의 질문에 명확하고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현황파악이 안돼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간담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대신 답변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신해서 알고 싶어 하고,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불편 사항을 질문한다. 요구나 제안이 되는지 안 되는지, 된다면 언제쯤 되는지, 안되면 이유는 무엇이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 궁금증에 대해 해소해주길 원한다. 그것이 주민들이 바라는 소통이 아닐까. “더욱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을 섬기겠습니다.” 정찬민 시장이 지난해 시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들을 더욱 자주 만나기 위해 시청사 지하 1층 ‘시민홀’로 시장실을 옮기면서 한 말이다. ‘소통’은 말을 하려 하기보다 잘 들어주고, 물리적인 거리에 앞서 ‘공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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