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교가 해결할 문제” 떠넘겨 
학교 “유감 표명”··· 관리감독 허술 지적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을 진행한 한 강사가 학부모가 낸 재료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학부모가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용인지역 학교는 3곳으로 이 강사는 용인 외에도 성남시 1곳에서 1년 간 수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흥구 A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 수업료 5만원을 제외한 재료비 약 9만원을 분기별로 입금했지만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재료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반적으로 해당 과목 재료는 비소모성인데다 다른 수업에 비해 고가에 속해 수업 후에는 재료비를 지불한 학생에게 지급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해당 학교는 1월 중순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강사로부터 각 분기별 재료가 서로 연동돼 모든 수업이 끝난 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믿고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또 1년 간 수업을 들은 학생 40명 중 20명에게 강사가 개인계좌로 별도의 비용을 요구해 추가로 입금했지만 역시 재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방과후학교 지침에 따르면 수강료와 재료비는 학교가 정한 스쿨뱅킹을 통해서만 거래되며 강사와 학부모 간 개인거래는 할 수 없다. 

기흥구 소재 B초등학교 역시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학교는 3년 동안 해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 강사와 계약을 유지해왔다. 현재까지 100명에 이르는 수강 학생들 중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 되지 않고 있다며 학부모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수지구 소재 C초등학교는 강사에게 지정된 날짜까지 재료를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사건을 일단락 한 상태다.  

해당 강사는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은 학교 측에 있다. 학교에서 재료든 환불이든 받으라’는 내용의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후 학교, 학부모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본지 역시 여러 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해결은 각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해당 사건에 대한 경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행 상황은 확인하고 있지만 교육청이 개입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관련 사안은 해당 학교가 각자 해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교육청 설명과 달리 해당 학교 일부는 오히려 학부모들에게 ‘수업이 진행되는 1년 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 파악이 어려웠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등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학교 한 학부모는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에서 교장이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만큼 학교 분위기를 위해 이번 사건을 조용히 넘어가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학교가 책임을 지고 해결에 나서줄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를) 믿고 보낸 건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A학교 측은 “이번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당부하는 정도였다”며 “학부모들끼리 회의를 거쳐 문제를 일으킨 강사를 고소하는 등 개인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히 강사 한 사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 운영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각 학교들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개인 신분의 강사에게 많은 권한을 일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제가 제기된 학교 외에도 일부 학교들은 재료 선택부터 검수, 관리 등을 강사가 직접 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재료비를 부풀려 청구하거나 일부 재료를 주지 않는다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수업의 질이나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수업에 대한 학부모 공개수업과 평가를 하도록 하는 등 검증 장치를 두고 있지만 형식적인 선에서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의혹이 제기된 강사의 경우 지난해 2번에 걸쳐 실시한 학부모 평가에서 ‘매우 우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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