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흔히 당질이라고도 하는데 식물성 식품엔 거의 다 탄수화물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전분도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구황 식품과 밀, 쌀 등의 곡류 외에 콩에도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과일 당분이나 설탕 당분도 탄수화물의 일종입니다.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서 당으로 분해가 되면서 당수치가 올라가면 췌장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당을 체내 세포로 수송되는 것을 돕기 위함이죠. 당을 섭취함으로써 단시간에 당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기를 반복하면 췌장에 무리가 와서 인슐린 분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바로 당뇨의 원인입니다.

중성지방이 생기는 과정에 당이 관여합니다. 다시 말해 탄수화물을 섭취해 몸에서 당이 생성되면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이 지방세포로 수송되게끔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방세포에서 글리세롤-3-인산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생성된 글리세롤이 유리지방산과 결합해 중성지방이 되는 것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요약하면 탄수화물이 인슐린을 분비시키고, 지방을 합성시킨다는 뜻입니다. 이것만 놓고 봤을 때 탄수화물은 비만에 있어 의심의 여지없이 주범이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탄수화물 역시 지방 못지않게 매도당하고 있는 억울한 영양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도 종류가 있듯이 탄수화물 역시 다 똑같지 않습니다. 섭취한 음식이 혈액 중으로 당을 내놓는 ‘속도’와 ‘양’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이라 해서 다 똑같지 않다는 말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른바 음식의 혈당 효과인데, 혈당 효과는 ‘당지수(GI)로 측정해 표현한 것으로 포도당을 100으로 기준 삼아 다른 음식들을 비교한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과 인슐린 수치에 대한 영향이 더 크고, 결과적으로 지방을 생성하는 경향도 높다는 뜻입니다. 단순 비교로 GI 수치가 낮은 음식보다 높은 음식이 체지방 생성률을 높여 비만으로 가게 됩니다.

바게트나 흔히 먹는 빵류가 70~95로 GI 수치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같은 빵이라도 통밀로 만들면 40~50대로 GI 수치가 뚝 떨어집니다. 꿀은 달기 때문에 당지수가 높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의외로 55 정도입니다. 백미는 64인 반면, 현미는 55입니다. 과일류는 수박(79), 파인애플(59) 정도를 제외하고 대체로 50 이하입니다. 그러나 같은 과일이라도 말리면 당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GI의 분류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70 이상을 높은 것으로 보고 50 이하를 낮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GI 수치가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식이조절의 기준으로 절대적인 기준이 될까요? 음식 자체가 가진 수치에 연연하기보다 섭취량에 집중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나친 섭취가 문제지, 적당한 양이라면 사실 GI 수치가 높고 낮음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GI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포만감에 논점을 둬야 합니다. GI가 높으면 포만감은 반대로 감소합니다. GI가 50% 증가하면 그 음식이 주는 포만감은 오히려 50%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GI가 높을수록 혈당수치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혈당 수치가 갑자기 높아지고, 인슐린 분비에 의해 다시 급격히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때 혈당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 상태로 다시 허기가 느껴지는데, 이 때의 배고픔은 가짜입니다. 현미밥을 주로 먹던 사람이 어쩌다 흰 쌀밥을 먹게 되면 평소보다 일찍 허기를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좀 전에 밥을 먹었는데도 또 빵 같은 것이 먹고 싶다는 경우가 바로 혈당이 극심하게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 중독은 이렇게 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탄수화물, 즉 당은 신체가 가장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입니다. 당이 부족하면 몸이 피로해지며, 특히 두뇌 활동에 있어 치명적입니다. 체중의 2%에 불과한 뇌는 덩치에 비해 유지비가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기관입니다. 체내에 섭취된 당의 1/4을 혼자 쓰니 말입니다. 뇌에 연료 공급이 부실해지면 당연히 사고나 집중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졸리기도 하고, 감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고 단백질 위주로만 섭취하는 다이어트 환자의 경우 굉장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많습니다.

체지방을 감량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원리는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인데, 실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허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 바로 배고픔인데, 허기는 지방 생성을 유도하는 탄수화물을 자꾸 먹고 싶게 만듭니다. 허기는 위장에서가 아닌 뇌에서 느끼기 때문에 여간한 의지로 이를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욱이 문제는 한 번 입을 대면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먹는다는 데 있습니다. 적당히 지방을 섭취하더라도 탄수화물 공급을 아예 끊어버리면 허기를 채우기 어려워 더욱 음식을 갈망하게 됩니다.

탄수화물은 지방이나 단백질보다 분해가 빠릅니다. 당을 주원료로 쓰는 두뇌는 단적인 예로 초콜릿 하나만 먹어도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 변화를 겪습니다. 실제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하다 보면 몸을 움직일 때보다 더 쉽게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운동에 있어서는 유산소보다 무산소 운동이 탄수화물을 태우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운동과 달리 근력 운동의 경우 탄수화물이 쓰입니다.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키우면 탄수화물을 많이 소비하게 돼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뀔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이상흔 원장의 ‘다이어트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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