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중에 가장 화려한 무대를 필요로 하는 가면무도회는 현란한 가면을 쓴 귀족들의 파티장소에서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작곡 당시에는 원작인 외젠 스크리브(Eugene Scribe 1791~1861)의 소설 구스타보 3세를 그대로 주인공으로 했다. 그러나 당시 바티칸왕국과 밀접한 관계였던 스웨덴의 가톨릭 국왕 구스타보 3세를 욕보인다는 교황의 반대에 의해서 배경이 미국 보스톤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역시 베르디 작품에 자주 나오는 음침한 세계를 중심 무대로 한다는 사실이다. 점성술가인 울리카는 단 한 번의 예언으로 오페라 주인공인 레나토를 둘도 없는 왕의 충복이자 친구에서 왕의 살인자로 변하게 된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음산한 분위기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킨다. 그녀의 거처인 동굴 안에서 풍겨 나오는 안개 같은 연기가 뿜어내는 음산한 불꽃은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지옥과 악마의 세계를 연상하도록 만든다.

 

대본 : 안토니오 좀마(1809~1865)

작곡가 : 주세페 베르디

초연 : 이탈리아 로마 아폴로극장(1859년 2월 17일)

 

1막

무대는 1600년 미국 보스톤. 라카르도 발빅 국왕은 메사추세츠의 최고 권력자이다. 여러 대신들과 국회의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사무엘과 톰이 그를 암살할 계획을 논의한다. 시종인 오스카가 들어와서 가면무도회에 초대할 명단을 전달한다. 초대 명단에는 레나토의 부인인 아멜리아도 있다. 그녀를 남몰래 사랑하는 국왕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가장 신뢰하는 충복이자 친구인 아멜리아의 남편 레나토를 떠올리며 죄책감에 휩싸인다. 흑인 점성가를 처벌하는 형법을 가지고 판사가 들어온다. 오스카는 점성가를 두둔하고 왕 또한 점성가 울리카를 만나 보기로 한다. 울리카의 천막에 먼저 도착한 어부 실바노 차례가 끝나자 아멜리아가 들어온다. 왕과의 비밀스런 사랑을 끝내기를 원하는 그녀는 울리카가 시키는대로 사형장 근처에서 자라는 풀을 구하러 간다. 아멜리아와 울리카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왕은 본인의 차례가 되자 울리카로부터 친한 친구의 손에 죽게 될 거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의 손은 첫 번째로 악수하는 친구라고 말하자 어느 누구도 왕과 악수를 피한다. 그 순간 도착한 레나토는 반갑게 왕의 손을 잡는다.

 

2막

캄캄한 새벽 처형장 근처에 도착한 아멜리아는 약초를 찾고 있다. 그녀를 만나러 온 국왕과 서로 포옹하며 사랑과 후회의 감정을 나누지만 마침 도착한 레나토를 보고 그녀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다. 레나토는 국왕에게 반역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오고 있다고 하면서 빨리 자리를 뜨도록 한다. 아멜리아는 반역자들에 의해서 베일이 벗겨지자 레나토는 수모를 느끼고 복수를 다짐한다.

 

3막

남편에게 용서를 구해보지만 소용이 없게 되자 아멜리아는 아들을 불러 마지막 키스로 작별을 고한다. 한편 반역자들과 함께 손을 잡은 레나토는 반드시 본인의 손으로 왕을 죽이겠노라 다짐한다. 그리고 아멜리아 손으로 이들 중 처형자를 뽑는 제비뽑기를 하게 되는데 마침 레나토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집게 된다. 가면무도회 초대장을 오스카가 가지고 들어오자 아멜리아는 왕에게 익명으로 도망치라는 편지를 전달한다. 무도회에서 레나토는 가면을 쓴 채 오스카에게 왕의 의상을 알려달라고 추궁한다. 왕을 한 번에 칼로 찌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레나토를 처형하려 하지만 왕은 죽기 전에 그를 용서하면서 아멜리아와 두 사람 사이에는 실질적인 불륜이 없었고 그녀는 무죄라고 알려준다. 왕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승진 발령장을 레나토에게 주면서 영국으로 보낸다. 이어 모든 이를 용서하며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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