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중장기 발전전략은 자발적 공간 활성화”

문예회관 등 각 문화공간 독립적으로 기획·운영
예술교육 5년 성과 기대…운영의 독립성 강조


용인문화재단은 지난해 용인시 출연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인 S등급(평가수준 우수)을 받았다. 특히 경영층의 리더십과 사회적 책임 이행 노력, 비전 및 경영계획 수립의 적정성 등에 대한 리더십과 전략 부문에서 5개 기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관장에 대한 평가에서도 용인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김혁수(사진) 대표이사가 최고등급을 받았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이사에 다시 추천됐다. 시의회 임명동의안을 남겨놓고 있다. 2016년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에 재선출돼 두 번째 연합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만나 현안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이사와 일문일답.

용인문화재단은 용인시 산하기관 중 조직과 재정 등 규모가 가장 크다. 아무래도 다른 기관에 비해 주목도가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25명으로 시작한 조직이다. 무엇보다 다른 출연기관이나 공기업과 달리 지향하고 있는 목표가 포괄적이다. 그래서 안팎으로 보는 시각과 평가가 다른 것 같다. 다양한 의견과 비평이 있을 수 있고 공감하고 감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비전과 전략을 꾸준히 추구해왔다고 자부한다. 지역문화, 문화브랜드 매니저로서 일하자는 의지를 갖고 책상 행정을 하지 말자고 강조해 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저런 장단점과 비판, 칭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문화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 문화를 추구하는 공공기관의 숙명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초기에 직원들은 다른 조직에서 일하던 습관 때문에 적응에 힘들었다. 공연을 기획하고 올릴 예산이 없으면 무료 대관하고 공동주최하면 된다. 직원들이야 힘들었을 것이다. 무대팀의 서비스정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는 재단이 좋은 재단이라고 생각한다.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예술교육을 강조한다. 보통 예산을 들여 축제 등 한 번에 티를 내는 것을 선호한다. 예술교육은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고 오래 공을 들여야 한다. 오해도 있었지만 그런 노력으로 전국 77개 지역재단 중 유일하게 예술교육본부가 있는 곳이 됐다. 지역예술인들도 무대팀의 프로의식에 대해 칭찬한다.”

용인문화재단은 지난해 용인시 출연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는데 그간 어떤 노력을 해왔나.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공공기관, 그것도 문화를 추구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임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문화를 하는 공공기관을 잊는 순간 타성에 젖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직원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우리의 비전인 문화브랜드는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대표부터 뛰었다. 나부터 뛰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업을 기획했다. 쉬지 않는 대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격다짐으로 성과를 강요하는 리더가 아닌 먼 미래를 보는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몇 개 기관 중 1등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S등급 받는 게 중요하지 다른 기관이 등급이 올라간다고 우리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서류상이 아닌 열심히 뛰고 체계적으로 꾸준히 해왔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한다. 이것만은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이 있을 듯한데.
“재단만의 정체성을 이끌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 산하기관은 정관이나 사업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하고 보완할 수 있지만 독립적인 기능은 없다. 많은 재단들이 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대개 예산에 대한 요구인데 출연기관이기 때문에 의미 없으며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관리감독 기관과 시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내부 운영과 사업에 대해 외부 입김이 작용해선 안 된다고 본다. 대표이사 임명권, 예산권은 모두 인정한다. 지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대표이사를 뽑고 시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경영자로서 그 안에서 틀을 만들고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책임경영이 실현되고 직원들이 조직을 믿고 따르게 된다. 관리감독기관에 의해 운영 시스템이 흔들리면 안 되는데 어려운 숙제다.”

올해 또는 앞으로 새로운 영역이나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
“중장기 계획으로 자발적 공간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문예회관, 시민체육공원 내 어린이 문화시설, 포은아트홀, 마루홀 등 문화공간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용인문화재단이 공연 중심, 특히 포은아트홀 중심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이같은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 각 공간이 자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문예회관을 수십억 들여 리모델링했는데 예전처럼 예비군 훈련장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 공간은 관리자만 있었지만 이제는 공연기획자가 있어야 한다. 포은아트홀이나 문예회관이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하고, 아트랩도 교육공간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책임 운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중장기전략이 있어야 한다. 문화공간 중장기계획을 녹여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문화예술이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향유돼왔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예술교육이 중요하다. 기초 재단이 전부 한국문화예술진흥원만 바라보고 있다. 공연을 내려 주길 기다리는 실정이다. 대표 공연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지역공연으로 메우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중앙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 예산 타령을 하는데 자생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눈을 떠야 지자체에 요구하고 정부에 요구하게 되지 않겠는가. 예술교육본부를 만든 이유다. 포은아트홀을 개관했을 때 선입견이 있었다. 거기선 예술교육을 하는데 처인에는 왜 아무것도 없느냐 해서 달려가는 예술교육을 시행했다. 힘들고 더디지만 예술교육을 해야 한다. 비싼 공연을 보여주면 그 때뿐이다. 각각 영역에 맞는, 각 지역에 맞는 공연을 해야 한다. 예술교육이 생색나지 않는다고 포기할 건가. 느끼게 해줘야 한다. 공공기관의 과제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 등 지방에서처럼 상업성을 갖춘 창작 뮤지컬, 지역문화나 인물을 소재로 하는 공연을 제작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느 재단이나 고민하는 것이다. 스토리 개발이 중요하다. 스토리 개발을 위해 문화원에 책 발간비를 지원해 책을 내고, 공모도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인물과 문화 등은 있지만 사건이 없더라. 지역스토리 개발은 좋지만 이른바 상품이 안되더라. 브랜드화 하고 상품화 하는 것이 재단 역할인데 쉽지 않다. 성남시에서 30억원을 들여 창작뮤지컬 남한산성을 올렸는데 실패했다. 상품성이 문제다. 한발 벗어난 사람이 하면 지역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딜레마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예술단체와 문화원 등과 소통하면서 해나가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른 장르보다 연극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대중성이 떨어져서인가, 아니면 그만한 역량을 갖춘 극단이 없어서인가.
“많은 기초재단이 실패하는 게 자기 전공에 집중하는 것에 기인한다. 연극 연출가로서 연극만큼은 냉정하게 보고 있다. 포은아트홀에서 연극 공연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찾아가는 공연도 해봤다. 수요조사를 해보면 다양성이 필요한데 연극은 다양성이 떨어진다. 다른 장르에 비해 공연 횟수는 적지만 지역 연극단체에 투자를 많이 했다. 올해에는 지회 연극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용인 연극단체가 기획하면 해보겠다고 경기연극단체들에게 제안했다. 용인연극이 중심이 돼서 경기연극인을 불러 해보면 좋겠다.”
용인버스킨은 의미 있는 시도이며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열정페이 지적 이후 거리아티스토 공연에 대한 지원비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일부 공연과 공연자를 보면 여전히 공연비가 적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서울문화재단 등 대부분 재단은 거리아티스트 공연비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장소와 안전만 보호해주는 것이다 (거리아티스트 공연은)생활예술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시민들 성금을 내기도 한다. 용인은 시민들 관심 적다. 성과평가를 해서 최소로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 예술교육시스템을 만들면 환경이 나아질 것이다. 지역특성을 반영해서 했지만 거리아티스트는 생활예술가다. 찾아가는 공연처럼 정당한 수당을 보장해주며 보완하고 있다. 또 다른 활동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 올해부터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원추천위에서 김 대표이사를 재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의회 임명동의안을 거치게 되면 3번째 연임하는 건데 하고자 하는게 있다면.
“도농복합도시로서 각 지역 문화공간에 예술교육을 통해 배출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려고 문화예술교육을 한 거다. 공간이 있어야 활동할 것 아닌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역량을 펼치는 것 중요하다.”

용인시가 100만 대도시가 됐는데 문화재단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과거에는 공급형 문화라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배운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다. 문화재단은 관리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시스템 갖춰지면 성공한 거다. 용인은 그렇게 가야 한다. 문예회관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확보했으며 운영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옛 보정역사는 청년기획자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단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임기가 올해 4월말까지인데, 연합회는 어떤 조직이며 그간 어떤 활동을 해왔나.
“기초재단은 상식적인 해결 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의 위탁 기획사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역재단 간 연결돼 사업을 공유하고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세미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의단체이다 보니 누구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다 지역에서 찍할까봐 말도 못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회장 출마 권유를 받았는데, 심포지엄을 하면서 용인문화재단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출마해 회장에 선출됐다. 그 이후 사단법인을 만들었는데 그 때서야 문광부가 관심을 갔더라.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통해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제안을 해왔다.”

지난해 ‘다시,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문화’를 주제로 지역문화재단 대표자 대토론회를 열었다.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제안은 좀 반영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지역문화재단은 정책 루트가 없었는데 이제 자리가 좀 잡혔다. 지난 정부는 공급식 문화정책이었다. 현 정부는 지역재단이 상향식 정책을 제안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겨 지역문화재단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지역문화, 지역분권이 행정테이블에 올라갔다. 제도와 법제화를 위해 마주 앉았다. 지역문화가 실무위와 대표자위 공식 테이블에 오른 것이 중요하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있지만 상징적인 법이다. 실제적이고 구체화 하는 법을 만들고 있는데 국회에서 입법을 할 것으로 된다. 이는 재단의 독립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지방문화 분권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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