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 소진 이유 임금체불
중개기관 근무시간 제한 권고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 일한 시간에 대한 급여를 일부만 인정받거나 각종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들의 활동 보조와 자립을 위해 활동보조인을 연결해주고 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복지부 지원금 규모가 일부 중개기관 운영비를 제외하면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수준으로 책정돼 문제가 시작된다.

중개기관은 부족한 국가 보조금에 따른 운영상 손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활동보조인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채용하는 등 사실상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는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활동보조인 잦은 교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불편을 낳는다.

복지부로부터 한 달 총 557시간 보조인 지원을 받고 있는 1급 중증장애인 A씨(57)는 최근 지병까지 겹쳐 누워 생활해야할 정도로 몸이 힘든 상태다. 하루 24시간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하지만 함께 할 가족이 아무도 없어 복지부가 지원하는 선에서 활동보조인 도움에 의지하고 있다.

매일 24시간 서비스를 받기에는 부족한 지원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A씨는 활동보조인 3명에게 주간·야간·주말 시간으로 나눠 서비스를 맡기고 있다. A씨는 혼자 있는 불안한 시간을 감수해야 하고, 활동보조인들은 A씨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에는 함께하던 활동보조인이 일을 갑자기 그만두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A씨의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B씨(41)는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3시에 일을 마친 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다시 일을 해야 한다. B씨의 점심과 저녁 식사를 챙길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일하기 위해서다.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집에 다녀오거나 필요 시 시급 없이 A씨를 돕는다. 식사와 청소, 빨래, 배변 처리, 목욕 등 손길이 필요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A씨가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등 외출을 하는 날은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여만 원. 그나마 12월부터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기관은 복지부에서 예산이 소진됐다며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설명을 했다. 연말마다 반복되는 현실에도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다.   

활동보조인 C씨(41)는 일하던 중개기관으로부터 운영상 어려움으로 더 이상 보조인 한 명 당 174시간 이상 지원이 힘들다는 통보를 받고 지난해 기관을 옮겼다. 174시간 이상 근로 시 연장근로 수당이 추가로 나가면서 기관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였다.

연장근로란 1일 8시간 또는 1주 40시간 이상의 근로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 경우 연장근로 시 가산임금이 시급 1.5배가 적용된다. 하지만 일부 중개기관은 연장근로 수당까지 활동보조인들에게 챙겨줄 경우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몇몇 중개기관의 경우 신규 활동보조인에 한해 근무시간을 160시간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있을 정도다.

C씨는 이런 상황에서 10개월이 지난 1월 초 옮긴 기관으로부터 또다시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전 기관과 같은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근무시간을 제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새 기관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사실에 C씨는 한숨부터 나왔다.

다른 활동보조인 D씨(59) 역시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도 활동보조 시간을 제한해 일하도록 권고한다”며 “말이 권고지 기관에서 정한 시간 이상을 일하면 ‘이렇게 일할 거면 다른 기관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기 때문에 강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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