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콩깍지가 숲 바닥에 떨어져있다. 콩깍지에는 여러 개의 콩이 있던 자리만 남았다. 그 많은 콩들은 어디로 갔을까? 숲에 떨어진 콩꼬투리를 보고, “이게 뭐에요?” 하고 묻는다. 콩은 밭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듯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까시나무의 열매인 것을 알고 나면 “아, 정말요?”하고 신기해하며 되묻는다. 아까시나무 외에도 칡, 등나무, 박태기나무, 싸리나무, 자귀나무 등이 콩꼬투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아까시나무는 낮은 산, 숲의 가장자리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우리에게 친근한 나무이다. 초여름, 아까시나무 주변에선 벌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꿀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산책을 하면서 낮에 느끼지 못했던 향긋한 아까시아 꽃향기도 맡을 수 있다.

아까시나무는 키가 큰 나무로 숲의 높은 층을 차지한다. 씨앗에서 싹이 잘 나고, 가지가 땅에 묻히면 거기에서도 싹이 잘 난다. 이런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예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데, 아니다. 1900년대 초에 숲을 키우기 위해 전국에 심었다. 우리나라에 산지 100년 정도 됐다. 태울 때 연기도 적고, 화력도 좋았다.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베어서 쓰기에도 적당했다. 목재로도 손색이 없다.

요즘도 아까시나무로 만든 여러 생활용품들을 많이 판매한다. 북아메리카에선 100년도 사는 나무라는데, 그곳과 기후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보다 수명이 짧다. 쓰러져가는 아까시나무를 심심치 않게 본다. 하지만 그 주변엔 어린 아까시나무들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운다. 햇볕이 충분한 우리나라 야산에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우리 숲의 나무가 될 것이다.

2015년 5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숲 중 하나로 꼽히는 국립수목원에서 1910년대에 연구목적으로 심었던 아까시나무 군락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 심은 1세대 아까시나무들이다. 1ha(100m×100m)에 133그루의 나무가 있었다고 하니 생각보다는 좁은 면적이다. 하지만 133그루의 큰 아까시나무를 상상해보니 그 세월의 힘이 무겁게 느껴진다. 우람한 아까시나무들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양이 많아,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대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보통은 젊은 나이의 나무들이 빠르게 생장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주된 온실가스) 흡수량이 많다. 그런데 아까시나무는 100살 노거수임에도 일반적이지 않게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은 것이다. 노인과 젊은이가 공존하는 사회가 더 활발하고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콩과식물과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토양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역할) 덕분에 아까시나무는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준다. 뿌리혹박테리아는 공생하는 콩과식물에 따라 그 종류도 다르다. 한 종의 박테리아가 자신에게 딱 맞는 식물을 찾는 것은 확률상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자연은 그런 일을 해낸다. 땅속은 다양한 생명체의 광이고,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크고 다양한 생태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랄 수 있고, 멋진 꽃을 보여주고, 맛있는 꿀도 제공한다. 잎은 사료로 쓸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지난 100년간 우리 생태계에서 좋은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꾸준히 아까시나무를 심어 기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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