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오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이 이래저래 평창으로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수많은 종목 중에 단연 주목 받고 있는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인데요. 동계스포츠 종목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김연아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나오면서부터 국민들 거의가 피겨스케이팅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이제 대략 흐름은 알 수 있는 수준이 됐지요.  사실 김연아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피겨스케이팅을 보고 선수별, 수준 차를 인식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 않았을까 싶어지는데요. 그런 우리국민들의 피겨스케이팅 관전 수준을 그리 높여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김연아는 대단한 일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모두 다 아시다시피 피겨스케이팅에는 갈라 쇼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 중 예술성이 높은 종목의 공식 경기가 끝난 뒤에 최상위 권에 든 몇몇 선수들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번외로 별도의 연기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말하지요. 피겨와 리듬체조 종목에서 우리는 김연아와 손연재 갈라쇼를 봤습니다. 뭐 갈라쇼를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본 경기에서 마음 조이며 지켜봤던 긴박감은 덜하지만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공연내용은 오히려 본 경기보다 더 화려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연아의 갈라쇼에서도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장면이 참 많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갈라쇼 주인공은 ‘빙판 위의 황제’ 또는 ‘얼음 위의 셱스피어’라고 불렸던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센코(Evgeni Plushenko)라는 남자 선수입니다. 물론 직접 경기를 본 것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접한 갈라쇼였는데, 아마도 그 동영상을 처음 보게 되는 분들은 필자에 못지않은 기막힌 감탄을 쏟아낼 것이라 자신합니다.

플루센코는 동계올림픽에서 2002년에 은메달, 2006년에 금메달, 2010년에는 은메달을 획득하고, 10년 넘게 파워풀한 스케이팅과 아름답고 우아한 표현력과 연기력을 보여주며 빙판 위의 황제로 자리했던 선수입니다. 여자 선수들만이 가능하다는 다리를 머리 뒤로 들어 올려 손으로 스케이트 날을 잡고 도는 ‘비엘만 스핀’이 남자선수 중에는 유일하게 가능합니다. 경기마다 펼쳐지는 기가 막히는 그의 쇼맨십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 절대적인 팬들을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카리스마와 섹시함이 함께 있고, 익살스러움까지 있는 그의 연기 중 최고는 2001년도에 있던 갈라쇼입니다.

그야말로 피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인 그 때의 갈라쇼는 탐 존스(Tom Jones)의 투박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있는 곡 ‘Sex Bomb’가 배경음악이었습니다. 등장하자마자 관중석에 있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꽃 한 송이를 건네주고는 그녀의 손에 키스를 한 후에 펼쳐지게 되는데, 아주 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연기 도중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어 던지지요. 그야말로 성인극장에서 펼쳐질만한 남성스트리퍼의 스트립쇼 분위기인데, 익살스러우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벗어나 관중석까지 휘저으며 펼쳐지는 그의 쇼는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즐겁고 신나는 공연이 됐지요.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의 스케이팅이야말로 매일 두고 보고 싶어지는 그런 연기가 아니었는가 싶어요. 그때 배경으로 사용이 된 탐 존스의 ‘Sex Bomb’의 전체 분위기는 플루센코 덕에 더 아름답고, 섬세하며 강한 매력이 더해지게 됐습니다.

탐 존스는 뭐 긴말로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입니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왕년에는 무대에서 공연하면 여성들이 자기가 묶고 있는 호텔 방 열쇠와 속옷을 무대 위로 던졌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지요. ‘미스터 타이거’라는 마초적 위상의 별명을 가진 탐 존스는 겉으로 풍겨지는 매력도 대단했지만 그의 보컬실력은 동시대를 함께 했었던 폴 앵카,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내트라 등 여러 가수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해요. 대표적인 히트곡 ‘Delilah’와 ‘Green green grass of home’은 예전 우리나라 음악다방과 라디오 방송을 완전 점령해 버렸고, 리메이크 곡인 ‘Keep on running’은 우리나라 전역을 마비시켰던 추억이 있는 가수지요. 창법 자체가 소울 냄새 짙은 블루스 창법을 가졌어요. 그래서 혹자는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답니다. 하! 하!

80년대와 90년대는 새로운 곡 없이 옛날 히트곡을 우려먹는 가수로 전전하는 듯하다가 1999년에 독일 출신의 리믹스 전문 디제이 무스 티(DJ MOUSSE T)와 함께 미국 인기 드라마 ‘섹시 앤 더 시티’의 OST로 사용된 ‘Sex bomb’를 내놓게 됩니다. 그 ‘Sex bomb’가 플루센코의 갈라쇼에 배경 곡으로 사용된 이후 탐 존스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이 노래 덕분에 젊은 세대들도 탐 존스의 존재감을 인지하게 됐으니 탐 존스가 플루센코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플루센코가 탐 존스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나요?

여하튼 이번 호에는 두 개의 동영상을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보실 것은 탐 존스의 ‘Sex bomb’ 열창 모습이고요. 두 번째는 앞서 길게 소개해드렸던 플루센코의 갈라쇼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 음악과 동영상을 보고 난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려 있을 걸요. 하! 하!

▶ 탐 존스의 ‘Sex bomb’ 듣고 보기
http://youtu.be/k3_KP6yUWEw
▶ 플루센코 갈라쇼 보기
http://youtu.be/VHR0qjr79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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