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가 된지 3년차다. 이제 6살이 된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육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생후 3년 내리 엄마 품에서만 생활하던 아이와 둘만의 시간 보내기 작전도 그렇게 시작됐다. 맞벌이 부부로 육아를 한다는 것, 특히 성별이 다른 아빠와 딸 사이에 일어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글에 담아본다.

2년이 넘도록 딸아이 나린이는 8시가 채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등원해 7시가 훌쩍 넘어서야 귀가한다. 친구 중 가장 빨리 등원해 가장 늦게 귀가하는 셈이다. 다행스럽게 친구도 생겨 아직은 등원 거부가 없다. 어린이집에 다닌지 두어 달 지났을까. 그러니깐 4살 나이에 맞게 어눌하지만 하고자 하는 말을 그럭저럭 표현하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다.

1월생이라 1년 정도 차이가 나는 언니 오빠들과 한반에서 수업을 받는다. 이 나이 때 1살 차이는 엄청나다. 신체 뿐 아니라 사고, 더해 말 빨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날 딸아이는 자신보다 1년가량 생일이 빠른 같은 반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언니)에게 속상한 일이 있었단다.

성씨도 같은데다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탓에 많이 의지하는 친구로 익히 알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다. “어... 그게”를 몇 번 반복하더니 “친구 때문에 속이 상했어. 마음에 하트가 눌려 터진 것 같아”로 마무리 했다. 

아이 심리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별이 다른 아버지가 딸의 세세한 심리를 파악해 맞춤형 위로를 건넨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날 아이에게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정도의 위로가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내 기다리던 엄마가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깔깔’ 웃으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두런두런 했다. 이때다 싶어 물었다. “나린이 오늘 속상한일 있었다며 엄마에게 말씀 드려”

지금 분위기라면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잠시. “어... 그게”라며 다시 경직된 자세를 취했다.  

그날 이후 오만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혹시 어린이집에서 괴롭힘을 당하나. 감정 기복이 심해 혼란을 겪나. 엄마 아빠를 믿지 못하나 등. 불안감을 드러내는 나에게 아내는 너무 걱정하지 말란다. 말하고 싶을 때 분명 말할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2~3일이 지났을까. 주말 아침식사에 맞춰 갖는 가족회의 시간에 나린이가 “어.. 그게”라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날 친구랑 연극놀이 하는데 자기가 엄마하고 나보곤 계속 애기만 하래. 나도 엄마하고 싶은데”

끝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속상함의 이유다. 아이는 그 말을 하는 순간까지 속상해 있었다. 수일간 걱정거리가 해결됐다. 한편으로 다행이면서 허무하다. 그러면서 그 앙증맞은 심정 하나 이해해 주지 못해 내심 미안함이 밀려온다. 딸과의 하루하루는 궁금함과 걱정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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