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올해부터 용인 미술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 세계를 만나는 시간을 마련한다. 작품 하나에 온 열정을 모아 완성하는 용인 작가들은 때론 전시할 장소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현실과 맞서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명 작가보다는 기회가 없어 작품의 가치를 알리지 못하고 있는 지역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를 들어볼 계획이다. 독자들이 만나기 힘들었던 지역 숨은 작가의 빛나는 작품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 상명대 졸업- 개인전 17회
- 한국예술문화공로상 수상
- 용인미협 부지부장
- 용인여성작가 회장

처인구 이동면에 사는 이난영 작가는 유화로 완성한 파도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는 듯 살아있는 작품들은 특유의 섬세함이 특징이다. 이 작가가 자신만의 모티브로 파도를 만나기까지 사실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고등학교 때는 상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유화를 처음 접했고 처음엔 나이프만을 가지고 그리는 그림에 몰두하다 이후 지금처럼 사실화를 만났어요.”

그 이후 이난영 작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만의 장르를 찾는 일이었다. 벌써 25년 전 일이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은 제주도 한 바닷가에서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소름이 끼쳐왔다. 파도가 바위와 모래사장에 부딪히는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파도 끝자락에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이 작가는 벌떡 일어나 ‘이거다’를 외쳤다.

자신의 모티브를 파도로 잡은 이후 이 작가는 파도를 찍으러 전국 곳곳을 다녔다. 국내에 있는 바다는 모두 가봤다고 자신할 정도다. 파도는 빛, 각도, 바다 깊이, 시간, 계절, 지역에 따라 수백 수천가지의 아름다움을 내뿜었다.

“한창 파도를 보러다닐 때가 20년 전이니 요즘처럼 디지털이 아닌 필름 사진기를 사용할 때였죠. 한번 파도를 보러 다녀오면 필름 40~50통은 기본으로 찍어왔어요. 다녀와서 다 현상하고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도 일이었죠.”

이난영, 멈출 수 없는 에너지3, 2014

파도에 맞서는 바위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바위에 올라 돌 조각을 채집하기도 하고 그러다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주위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집념이었다.

파도 시리즈를 수십 년 만들어온 이 작가는 관련 작품만 200여점에 달한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파도의 움직이는 느낌, 소리, 냄새까지 담고 싶었던 이 작가는 물방울 하나를 그릴 때도 강약과 색감을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 생기는 물거품이 흰색이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한 가지 색이 아니에요. 실제 파도가 치는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4~5번 이상 터치가 들어가요. 한번 칠하고 하루가 지난 후 속에서부터 색이 올라오면 그 다음 색을 칠하죠. 2~3일 마다 색을 첨가하기도 해요.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죠.”

이 작가의 집요함 때문일까? 그의 파도 시리즈를 접한 사람들은 마치 눈앞에서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이난영 작가는 예전부터 꿈꿔온 목표가 있다. 가로길이 7m에 이르는 1000호 사이즈의 파도 대작을 완성해 전시를 하는 것이다. 15년 전 중국에 전시를 열었을 때 같은 사이즈의 그림을 보고 결심하고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 작가에게는 남은 숙제 같은 목표다. 
“내 평생 파도와 싸우리라 생각했어요. 끝없이 펼쳐지는 그 장엄함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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