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예산 늘려 4가 백신 접종 필요성 제기
“지역 의사회와 논의 과정 거쳐 선정해야”

연일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독감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용인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에 대해 지역 의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이 아닌 3가 백신으로 무료 접종 사업을 진행한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7.7명(외래환자 1000명 당, 전국기준)이었던 독감 외래 환자 수가 올해 1주차(12월30일~1월6일)에는 10배 수준인 72.1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올겨울 독감의 특징은 인플루엔자 A형과 B형 바이러스 동시 유행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검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A형이 49.5%, B형이 54.1%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12월~1월까지 A형 독감이 유행하고 봄으로 접어들며 B형 독감 비율이 높아지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중복 감염이나 교차 감염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A형과 B형 동시 유행은 독감 백신의 효과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예측에 따라 올겨울 A형 H1N1형, H3N2형 바이러스와 B형 빅토리아형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올해 지역 보건소에서 접종한 백신(3가 백신)에는 B형 야마가타형 바이러스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B형 독감 바이러스 대부분이 야마가타형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용인시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 이상 59개월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이외에 60세~65세 노인에 대해 무료 예방접종을 추가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 의사들은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서울새로운내과 이동훈 원장은 “국가지원예방접종과는 달리 시 차원에서 지원하는 예방접종 사업은 지역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조절이 가능하다”며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특정 백신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금액을 보조하거나 시민이 3가백신과 4가 백신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과 백신의 종류를 선정하기 위한 지역의사회와 전문가들과의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점은 개선점으로 꼽았다.

이 원장은 “이번 시 독감 무료접종 지원 사업은 일방적으로 접종 단가를 정하고 각 의사에게 참여할 사람은 하라는 식의 통보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소아과 의사 역시 “3가 백신은 많이 찾지 않아 단종되고 있는 백신”이라며 “용인시 자체 사업을 3가 백신만 지원하다보니 지역 의사들이 3가 백신을 따로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용인시 보건당국은 정부의 지침에 준하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처인보건소 예방접종 사업 관계자는 “지자체 사업은 보건복지부 사업 범위 내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시에서 진행한 사업의 대상자인 60~65세에만 4가를 지원할 경우 특혜 시비도 있을 수 있어 사실상 4가를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