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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살고 있는 나무들
  • 신승희(생태활동가)
  • 승인 2018.01.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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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 사이의 날들이다. 1월 5일이 소한이고 보름후인 20일이 대한이다. 말로만 치면 대한이 가장 추울 거라 생각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소한 무렵이 더 춥다고 한다. 이는 많은 절기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생겼기에 중국의 기후를 기준으로 삼아 생긴 오차다. 아무튼 소한과 대한 사이가 가장 추운 겨울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을 보면 소한이 얼마나 추운가와 그 추위를 달게 여기는 조상님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 겨울 날씨가 추우면 이후 풍년이 들고 질병이 없다고 했다. 반대로 겨울이 따뜻하면 그 후 흉년이 들고 질병이 창궐하게 된다고 한다. 겨울의 차가운 기온은 자연의 생명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줘 한해를 넘기지 말아야 하는 생명들은 마무리 짓게 하고, 계속 살아야 하는 생명들은 더 강하게 단련시킨다. 그렇게 조율한다. 

이 추운 겨울 나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무는 겨울이 되면 삶이 정지한 듯, 죽은 듯 보인다. 그러나 나무는 살아있다. 수많은 겨울을 살아 넘긴 나무들은 나름대로 지혜를 발휘한다. 인류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은 미리미리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가장 생장이 활발한 여름이 끝날 무렵 이미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 또는 가지 맨 끝에 겨울눈을 만든다. 겨울눈은 봄에 새잎이 나오거나 이른 봄꽃을 피게 하는 곳으로 잎눈과 꽃눈으로 나뉜다. 잎눈은 장차 잎이 될 정보를, 꽃눈은 꽃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았다. 하나의 눈에서 하나의 꽃과 잎이 나오는 눈도 있지만 하나의 눈에 꽃과 잎이 같이 있는 눈, 여러 송이 꽃이 함께 있는 눈, 잎과 가지가 같이 있는 눈 등 나무마다 다른 특징을 갖는다.

대개 뾰족한 원뿔모양으로 손가락만큼 큰 것도 있고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은 것도 있다. 겨울눈이 이처럼 봄이 돼 새로 자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무는 애를 쓴다. 여러 겹의 껍질로 겹겹이 감싸기도 하고, 껍질에 털이 있어 보온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 끈끈한 액체가 부동액과 같은 역할로 눈이 어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겨울눈으로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가하면 당장의 겨울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나뭇잎도 떨어뜨리고 몸의 물기를 최대한 줄여 얼지 않게 한다. 겨울이 돼도 잎이 남아있는 나무들을 보면 대부분 잎 표면적이 좁은 침엽수이거나 잎이 딱딱하고 두꺼운 가죽질 잎을 가진 나무들이다. 또한 나무의 딱딱한 껍질도 메마른 속을 보호해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각자가 선택한 결과로 어찌됐건 자기만의 방식으로 겨울에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겨울나무의 견디기 버티기 속성에 대해 사람들은 존경을 표한다. 어렸을 때 배운 이원수의 동요 ‘겨울나무’에서 보면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견디며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 자리에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다며 의연함을 노래한다. 또한 황지우의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에서는 현실을 빗대어 섭씨 영하 13도 영하 20도 겨울을 버티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밀고가 마침내 꽃을 피우는 나무가 되는 희망을 노래했다. 

나무가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잘 살펴보자. 배울게 참 많은 나무다. 

신승희(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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