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상단여백
HOME 연재기사 이동훈 원장의 재미있는 의학이야기
신생아를 구원하는 엄마의 손길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8.01.08 15:56
  • 댓글 0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라파엘로(1514)작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 4명이 2시간 사이에 심장마비가 발생해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 이제 막 태어난 새로운 생명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환경의 변화나 각종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는 주의 깊은 보살핌이 필요하고 작은 질병도 심각해질 수 있다. 

중세시대까지 1세 미만의 영아 사망률은 30%를 넘었고 37주 이전에 출산한 미숙아의 경우 사망률이 90%를 넘었다. 서구의 히포크라테스는 7개월 이하 출생된 아이들은 거의 사망한다고 기록했으며 동의보감에도 어린아이의 질병은 치료하기 어렵다는 기록이 있다. 

일부 미숙아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존했다. 조선 세조의 책사였던 한명회는 7개월 만에 태어났는데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버려졌으나 유모가 이불에 둘둘 말아 따뜻한 방에 놔두어서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한명회 집안은 당대 유력가문이고 부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숙아 치료를 포기했던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들이 전해져 내려오면서 일부는 의학서적에 기록되기도 했다. 동의보감은 10가지 아이를 기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등과 배, 발을 따뜻하게 하면서 머리와 가슴을 서늘하게 하라는 주장과 함께 목욕을 자주 시키지 말라는 권고가 있다. 근세 이전에 목욕 문화가 보편화 되지 않았고 목욕 이후 체온관리에 실패해 신생아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헌 옷을 입혀야 한다는 등 현대 상황과 맞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들도 있으나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서구에서는 아이를 보호하기는커녕 버려지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었다. 그리스의 스파르타는 모든 신생아를 원로원에서 검사해 튼튼하고 정상일 경우 키우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버려졌다. 스파르타 뿐 아니라 많은 고대 국가에서 어려움에 처할 경우 힘없는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어린아이를 귀중하게 생각했던 기독교 교리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신생아나 어린이는 보호돼야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후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서구 국가들 역시 교회와 병원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세시대 신생아들은 불결한 위생, 전염병, 부족한 식량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았고 1800년대까지도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했다.  

19세기 초반 예방 백신이 등장하면서 영아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으나 예방 접종만으로 모든 아이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산업화가 되면서 도시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해 위생환경이 매우 나빠졌다. 공장 등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어머니들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은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오염된 우유나 불결한 환경은 신생아들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고대 우윳병은 도자기 등으로 만들어졌고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다. 서구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우윳병 수요가 늘어났고 쇠, 나무, 유리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입구는 구멍이 뚫린 천이나 스폰지를 이용해 어린아이들이 먹기 쉽게 만들어졌다. 초창기 우윳병 재료 중에는 납도 있었고 천이나 스폰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우유를 마시는 아이들은 종종 위독해지기도 했다. 1870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에게 패전하고 파리가 4개월 동안 포위됐는데 극심한 식량 부족과 전염병으로 일반 사망률은 2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영아 사망률은 40%가 줄어들었다.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이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했던 것이다.

1863년 파스퇴르가 음식에서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저온 살균법을 발견해 안전한 우유 공급이 가능해졌고 많은 신생아들이 도움을 받았다. 유리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우윳병과 고무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아이들은 보다 쉽게 우유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무는 열과 감염에 취약했으며 1910년에는 고무튜브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되기도 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열에 강한 고무와 유해 물질이 제거된 플라스틱 우윳병이 개발되었고 현재는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수유가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애정 어린 보살핌이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제1회 처인승첩 기념 전국 백일장 수상자 명단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