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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맥콤의 Stand By Me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8.01.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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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가 오면 이런저런 시상식이 참 많이 열립니다. 그런 시상식에서 상을 타는 배우들은 저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수상 소감을 말합니다. 하기야 그 순간이 얼마나 가슴 벅차 오르겠어요.

그런 수상 소감 중에 참으로 인상 깊은 장면 하나가 1976년의 제30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명배우 잭 닉콜슨의 대표작인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에서 악명 높은 간호사역으로 열연 한 루이스 플래처가 그 주인공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찰슨 브론슨의 수상자 호명을 받아 무대 위로 올라선 루이스는 1분가량 영화를 함께 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즐거운 목소리로 전하다가 이윽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천천히 떼면서 수화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됩니다. 수화로 이렇게 말입니다 ‘저에게 꿈을 갖도록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는 제 꿈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계세요!’라고요. 루이스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었거든요. 그때 그 무대에서의 수상 소감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루이스 플래처가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가 딸을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배우로 키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감내했을 것인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런 부모의 장애를 떳떳하게 밝히며 그 부모의 딸로 태어나서 자랐음을 자랑으로 여기고, 그 자리에 서게 됐음을 부모님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화로 이야기한 이후에 사람들은 더 큰 사랑을 그녀에게 보냈지요. 

흔히 몸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더 크다고 이야기는 쉽게 하지만 사실 장애인을 배려하고 손잡아주는 일에 자연스러운 비장애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을 종교를 가진 분들이 먼저 큰 사랑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아무래도 종교를 가진 분들이 일반인들보다는 사랑을 나눠줄 계기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기독교 쪽의 노래 중 복음성가를 통칭 ‘가스펠’이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그 명칭이 생겼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주 옛날부터 그렇게 불려왔습니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가수들 중에는 가스펠로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이 꽤 됩니다. 또 시작은 그러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가스펠을 하는 가수들도 꽤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리즈 맥콤(Liz McComb) 역시 가스펠싱어예요.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리즈 맥콤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사망했으니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독실한 종교인이었던 어머니는 가족을 이끌고 같은 종교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교회의 부흥사로 일했습니다. 언니 셋은 지역교회들을 무대로 하는 보컬그룹을 결성해서 무대에 올랐는데 나름대로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언니들이 리즈를 데리고 다니다가 가끔 무대 위에 서게 해서 자연스럽게 흑인영가나 가스펠에 익숙하게 되었지요. 어렸을 적 리즈 맥콤의 롤 모델은 스태플 싱어즈(The Staple Singers)와 가스펠의 여왕 마하리아 잭슨(Mahalia Jackson) 등이었습니다. 특히 마하리아 잭슨의 레퍼토리는 리즈가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외우다시피 하면서 연습을 했다네요. 그렇게 기초를 단단하게 닦은 그녀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던 모양입니다. 

언니들보다 더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은 리즈 맥콤은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밴드 일원으로 유럽투어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유럽 전역에서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이유에선지 그녀 첫 앨범도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활동도 데뷔 후 한참 동안 유럽이 주무대가 됐답니다. 그리고는 그 탄탄한 보컬이 밑받침이 돼 레이 찰스와 비비 킹은 물론, 타지마할과 코코 테일러 그리고 제임스 브라운 등의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과도 꾸준히 교류하며 가스펠 보컬부문에서는 나름 탄탄한 위치를 갖게 됐답니다. 하지만 리즈 맥콤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분들도 많이 계시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묻혀 있었던 가수에 속합니다.

자! 잠시 후에 들으실 곡은 ‘Stand By Me’라는 곡입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 잘 알고 있는 벤 이 킹의 곡이 아닌 전혀 다른 가스펠 향기가 짙게 묻어 있는데, 이 곡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우렁찬 호소력에 금방 매료가 돼버립니다. 

울부짖듯 포효하는 이 목소리가 왜 이렇게 여태까지 묻혀 있었는가 하는 의문도 갖게 되지요. 리즈 맥콤은 자기 노래들은 그냥 듣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듯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수입니다. 그녀는 실력에 상응하는 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해도 실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생각을 노래로 나누며 실천하고 있어요. 전쟁이 끝난 레바논이나 베를레헴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볼 수 있었고, 가자지구에서 무료 콘서트까지 열었던 사랑의 실천주의자가 바로 리즈 맥콤입니다. 말뿐인 사랑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 나눔이! 그녀의 목소리는 직접 우리가 돈을 들여 대접을 못할지언정 가끔은 들어줘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매력적입니다. 
Stand by me 들어보기

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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