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1000은 1보다 천배가 큰 수다. 때문에 가치 역시 최소한 천배는 된다. 일반경제 관념으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묘한 의미가 내포되는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1이 1000보다 수천 배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존재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황금비율이란 것이 있다. 이 세상 존재물들이 모두 일정한 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비율은 시각적 조화뿐 아니라 안정감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모든 아름다운 조화의 기본이 될 만큼 가치 있는 수다. 하지만 존재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없는 것과 같다.
제 7대 용인시의회가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 연말 일정은 사실상 임기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럴 때 사용하기 가장 적절한 사자성어는 ‘유종의 미’일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2014년으로 가보자. 선거 결과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27석 중 절반을 간신히 넘긴 14석으로 다수당을 차지했다. 14:13이란 절묘한 의석수를 만들어준 시민들은 바랐을 것이다. 다수당의 독점이 아닌 견제와 균형을 이뤄 민주화는 만발하고 용인 정치사는 한층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7대 의회 사실상 첫 업무인 셈이었던 상반기 의장 선거에서부터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기서부터 인지 모른다. 시민들의 기대와 바람이 한숨과 서글픔으로 바뀐 것이. 

당시 절반에 못 미치는 의석수를 차지한 새누리당 후보가 과반을 넘긴 15표를 받아 의장에 당선됐다. 새정치연합 후보로 나선 두 후보는 각각 10표, 2표를 얻는데 그쳤다. 표 단속에 실패한 것이다. 

이후 용인시의원들은 무기명 투표 때마다 회의장을 시끄럽게 했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 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회의장에서 나갔다. ‘존경하는’ 동료의원의 공식적인 발언은 그 보다 더 큰 고함에 묻혔다. 회의 준칙이 무력화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어느 정당도 자유롭지 못한 지난 4년간의 냉혹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하물며 임기 마지막 예산 편성을 두고도 여야는 옥신각신했다. 이때 적절히 사용하라고 만든 고사성어는 아마도 ‘초지일관’이 아닐까. 물론 역대 용인시의회 상황을 감안하면 특별히 7대 의회가 무력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7대 의회가 그만큼 노력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역대 용인시의회 의정활동이 고만고만했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그럼에도 7대 의회가 시민들로부터 더 냉혹한 평가를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황금비율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엇비슷한 세력 간 알력싸움에, 정체성이 애매한 당내 의원과의 갈등으로 시민들이 요구한 충실한 의정활동은 반쪽이 됐다. 조선시대 중·후기 당파싸움은 그나마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년 제7대 용인시의회가 보인 여야 간 갈등은 근본적으로 명분을 찾기 힘들다.

시민이 만들어 준 황금비율은 의원들의 알량함에 어느새 파멸의 조합이 됐다. 비록 수학적으로는 1석 차이에 불과했지만 그 1석의 가치는 용인 정치를 몇 곱절 성장 시킬 수 있는 촉매였다. 1석의 가치를 살리지 못해 견제와 균형을 요구한 시민의 명령은 모르쇠로 무기력으로 변했다.

임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성과도 내고 노력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박수도 보냈을 것이다. 의정활동을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용인 정치 발전 중장기 계획’ 차원에서 역할론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묻고 싶다.

김중식 의장님, 박남숙 부의장님, 신민석 의회운영위원장님, 박원동 자치행정위원장님, 박만섭 복지산업위원장님, 강웅철 도시건설위원장님, 김상수, 남홍숙, 이건영, 정창진, 이제남, 신현수, 최원식, 홍종락, 고찬석, 김대정, 유향금, 유진선, 김기준, 김운봉, 김선희, 이정혜, 소치영, 이건한, 윤원균, 김희영, 이은경 의원님, 4년간 어떤 정치를 하셨나요? 누구를 보고 정치를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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