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언으로 중동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예루살렘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왕조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신성한 도시 중 한 곳이라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2000년 전 이스라엘 역시 아주 복잡한 상황이었다. 기원전 63년 이스라엘 민족 마지막 독립 왕국이던 하스몬 왕조가 로마에 멸망당했다. 로마는 이두매인 헤롯을 유대지역 왕으로 임명했는데 유대인이 아닌 다른 민족이었던 헤롯은 이스라엘 통치가 쉽지 않았다. 멸망한 하스몬 왕조의 후손들은 동쪽 파르티아의 힘으로 왕국을 부활시키려고 했다. 파르티아의 거센 공격에 헤롯은 마사다 요새로 숨어야 했고 고전 끝에 로마의 도움으로 파르티아를 물리치고 이스라엘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예수 탄생 시 찾아왔다는 동방박사는 파르티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적대국의 지식인이 새롭게 태어난 유대의 왕을 경배하러 왔다는 것은 왕권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 의하면 헤롯은 예수 그리스도를 찾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죽이라는 무서운 명령을 내렸다.

동방박사들은 황금과 유황, 몰약을 아기 예수에게 선물로 주고 몰래 돌아갔다. 동방박사의 선물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몰약은 향료이자 의약품이다. 몰약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자생되던 몰약나무에서 채취한 것으로 껍질에 칼집을 내면 끈적한 갈색 액체가 나오는데 이 액체를 모아서 굳힌 것이다. 중동에서 생산된 몰약은 동·서양에 수출됐는데 동쪽으로는 인도를 거쳐 7세기경 동아시아에 전래됐다. 당나라 시대부터 몰약이 기록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몰약은 인도에서 전래된 약재로 외상에 효과가 있고 혈액 순환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송나라 때 간행된 <개보본초>에는 각종 약재 특성이 기록돼 있는데, 그중 몰약은 어혈을 제거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창칼에 의한 외상 치료제로 설명돼 있다.

송나라는 고려에도 몰약을 전해줬다. 고려는 송나라에 고려자기 등의 상품을 보냈고, 송나라는 고려에 몰약을 비롯한 약재와 비단 등을 보낸 것이다. 고려는 송나라 뿐 아니라 중동과도 직접 교류했는데 <고려사>에는 1040년인 원종 6년에 “대식국의 상인 보나개 등이 와서 몰약 등 각종 산물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먼 중동의 상인이 고려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 전래된 몰약은 우리나라에서도 외상 치료제 등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는 몽둥이로 맞은 곳이 붓고 아플 경우 몰약을 술에 타서 먹는 방법과 가루로 만들어서 입이 헌 것을 치료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치료 방법이 기록돼 있다.

서구에서도 몰약은 향료와 약품으로 사용됐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이라를 만들 때 대량의 몰약을 사용해 방부제로 사용했다. 히포크라테스는 몰약을 염증 치료제로 생각해 다른 약초와 혼합해 상처에 바르기도 했다. 몰약은 중세 유럽의 중요한 의약품으로 황금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했고 해열진통제, 각종 외상과 질병 치료제로 사용됐다. 몰약을 불에 태우면서 발생된 연기가 나쁜 기운을 내쫒는다고 믿어 흑사병이 유행할 당시 환자 주변에 몰약향을 피우기도 했다.

근세에 접어들면서 항생제와 각종 의약품이 발전하면서 몰약의 중요성은 점차 사라지게 됐다. 현재는 치약이나 방향제, 일부 건강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몰약 성분은 심혈관에 영향을 주며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로마 식민지배를 받던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메시아가 나타나 로마를 물리치고 다시 독립을 얻을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당시 메시아로 불리던 다른 지도자들은 군사적인 방법으로 독립 운동을 한 반면 예수는 사랑과 평화를 호소했다. 무력을 사용했던 자칭 메시아들은 모두 실패하고 사라졌지만 예수 그리스도 정신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성탄절 때마다 동방박사의 선물로 언급되는 몰약은 사랑과 평화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호소와 딱 들어맞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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