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그 시간 기흥휴게소 하행선에 머물고 있었다.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는 와중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는 크레인 붕괴사고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음성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사고 지역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내 그 사고가 용인 그것도 기흥휴게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인동부경찰서가 보낸 사고 발생 알림을 시작으로 1시간 여만에 용인시의회 한 시의원, 그리고 2명의 시민에게 같은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 
문자를 보낸 시민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고가 왜 용인에서 계속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과 하소연이 섞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똑 같은 부탁을 했다. “주변 난개발에 대해 취재 한번 해보세요”

“당장 외부로 나가는 중이라 힘들다”며 “조만간 취재를 하겠노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났다. 이래저래 이 사고 소식은 언론을 통해 퍼질 만큼 퍼지고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인재라는 진단을 하기도 한다. 

그날 기자에게 연락을 준 시민은 평소 소식을 주고받은 관계가 아니다. 아주 간혹 여름 어느날 용인 어느 곳이 침수됐다는 내용과 사진을, 또 어느 날은 용인 큰 건물에 화재가난 사진을 찍어 보낼 뿐. 그 흔한 밥 한번 먹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뭐랄까. 마치 사고가 발생할 것을 이미 알고 그곳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착각도 가능하겠지만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제보할 수 있는데는 ‘용인애’ 아닐까 한다.     

실제 기자에게 제보를 해주는 시민들은 홍수가 난 도로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거나 큰 화재가 났는데 피해가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을 했다. 

옛날부터 천재지변은 임금님도 못 막는다고 했다. 천재지변이 많이 발생하면 임금님 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옛 사람들 정서에 이 같은 심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재지변은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지난 10월. 용인에서는 공사현장 옹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만난 사람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보인 것도 인명피해가 없냐는 걱정이었다. 왜 사고가 발생했냐는 물음도 뒤를 이었다. 

9일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날 기자에게 문자로 난개발 취재를 부탁한 시민. 그 심정을 조금 이해하고자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오래전부터 용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 곳곳이 파헤쳐지고 햇빛 한줌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들어선 건물에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웬걸. 더 넓은 공간은 더 빠른 속도로 콘크리트에 덥혀지고, 어디 한 곳 시야가 확 트인 곳을 찾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대형사고 소식이 들리더니 급기야 눈으로, 귀로 직접 그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 상황을 지켜본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된다. 천재지변이야 그렇다고 하자. 그렇다면 인재는 어쨌든 막을 수 있지 않겠냐.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용인에서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도 철저한 관리 감독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니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용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회를 본다면 애써 외면했던 개발의 반대어 ‘보존’의 중요함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존의 또 다른 의미인 “있는 그대로 내버려둬. 그것이 바로 안전이야”란 그들의 속삭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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