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영하권의 날씨로 접어들었다. 바람이 불면 그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미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도 잎이 없는 나무들이 추워보였는데, 지금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잎들이 얼어서 투명한 초록색이 된 것을 상상하니, 냉장고에서 얼어버린 시금치가 생각나면서 몸서리가 쳐진다. 나무들은 추워지면 몸에서 수분을 내보내고 잎을 떨어트린다. 얼지 않기 위해 털옷도 입고, 붉은 색으로 겨울눈을 감싼다. 끈적끈적한 물질로 겨울눈을 보호하기도 한다.

겨울은 식물들이 참고 견뎌야하는 힘든 시기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겨울동안 꼭꼭 안으로 숨기고 쌓아놓아야, 뻗치는 기운으로 봄을 맞이할 수 있으니, 겨울은 힘들지만 꼭 필요한 시기이다. 멀리에서 숲의 모습을 감상하기에 고속도로만한 곳이 없다. 눈이 온 겨울, 수묵화처럼 따뜻한 숲을 볼 수 있어서 왕복 7시간 장거리 운전보조도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르게 우리 숲을 지키는 나무는 아직 소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강원도는 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것이 자랑거리이겠다. 강원도의 깊은 숲은 큰 소나무들의 좋은 집이다. 

하지만 소나무는 좋은 환경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다른 나무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는 조건에서도 살아남는다. 바위로 된 산 정상에서, 모래땅의 척박한 경사지에서 몸이 뒤틀리고 뿌리가 튀어나오면서도 살아내는 소나무들을 많이 본다. 물도 모자라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몸 가누기 힘든 그런 환경에서도 소나무들은 산다. 그런 곳에서 키도 잘 크지 못하고, 줄기도 이상하게 휘어 돌아가는 소나무가 어떤 이들에게는 좋아 보이기도 한다. “분갈이 하지 말고 그대로 키우세요. 그래야 크지 않고 예쁜 모양을 유지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화원 주인을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물론 필자는 식물을 가져와서 바로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한다. 

분재는 화초나 나무 따위를 화분에 심어서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다. 그런데 분재는 보통, 아주 작은 화분에 아주 작은 크기로 식물을 기른다. 특히 소나무분재는 유명하다. 실제로 자연에서는 10m 이상 자라는 어마어마한 나무인데, 소나무분재는 20cm정도로 작다. 그리고 철사로 줄기를 감아 내며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만든다. 그렇게 작은 화분에서 몇 십 년을 자란다. 소나무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마음으로 소나무를 좋아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소나무분재는 계속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된 나무를 볼 때,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나무는 200~300년 전 조선시대를 살았구나. 그때 이 나무 아래를 한복 입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내가 지금 보는 이 나무를 봤을 텐데.’ 그러다보면 자꾸 나무를 사람처럼 대하게 된다. 그래서 작은 화분 속 나무는 필자에게는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자연적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소나무에 대한 아쉬움을 가까운 미래에는 분재로 달랠 수 있을 것도 같다. 화분정리를 할 때가 됐다. 큰 화분에 있어서 뿌리에 흙이 많은 우리나라 식물들은 겨울을 잘 이겨낸다.

겨울을 보내지 않은 우리나라 식물들은 오히려 생체리듬이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작은 화분에 있는 나무들은 우리나라 식물이라도 집안으로 들여 놓아야한다. 뿌리가 얼어 죽기 때문이다. 땅 윗부분이 모두 말라버린 것은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아남은 것들은 집안으로 들여야겠다. 큰 화분들은 베란다 안쪽으로 놓아 너무 춥지 않게 하되 겨울을 잘 날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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