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혜

“선생님, 나 알죠?” 평일 오전 뛰어 들어와 인사를 건네며 말을 거는 꼬마친구는 낯이 익은 듯했지만 이름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는 체를 했다.
“그럼, 지난번에도 도서관에 왔었잖아.”

평일 오전 가끔 찾아오는 이 친구는 홈스쿨링을 통해 개별학습을 한다. 도서관에 들어와 새로 들어온 책을 확인하고 읽은 책을 자랑하는 이 친구는 도서관을 무척 친근하게 여긴다. 여전히 그 아이의 이름은 기억하기 어렵지만 얼굴만은 또렷이 기억한다.

희망도서를 무척 많이 신청하는 고등학생 진호는 영화감독이 꿈이다. 과학책도 좋아하지만 가끔 영화 분야의 생소한 책을 신청한다. 지난 여름, 청소년 북콘서트를 진행하며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건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며 기꺼이 사회를 맡아 주었고, ‘5분 영화’를 만들어 북콘서트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나도 그 ‘5분 영화’를 보며 진호의 꿈이 자라는 것이 보여 흐뭇했다. 무엇보다 진호네 가족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빌려간다. 독서가 집안문화인 듯하다. 작은도서관을 잘 활용할 줄 아는 멋진 가족이라 칭찬해 주고 싶다.

숲속도서관에는 한국사를 같이 공부하는 엄마들 동아리가 있다. 처음에는 우리끼리 책을 읽고 나누자고 했는데, 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생겼다. 은퇴하신 역사 선생님을 만나 우리는 스승과 제자가 되어 한국사를 함께 나눈다. 조금 일찍 와서 예습하는 가언엄마, 공부를 하는데도 끊임없이 궁금한 게 생기는 은찬엄마, 이렇게 나누며 듣기만 해도 지식인이 된 듯해 좋다고 하는 지산엄마, 그리고 공부가 재미있어져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문화프로그램 강사도 하는 삶의 재미를 더해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작은도서관이라는 책 숲의 가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주인공들이다.

작은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만나 또 다른 꿈을 찾고, 사람을 만나 건강한 지식인으로 오늘을 사는 것, 그것이 마을 작은도서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도서관은 곧 가족도서관이다. 평소엔 아이들과 엄마가 들르는 곳, 주말엔 가족 나들이 장소, 다양한 문화소통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작은도서관이 거듭나고 있다. 그 속에 사람이 있다.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산책하듯 찾아가는 작은도서관 곳곳에 책과 문화를 만나는 사람들로 책 숲이 풍성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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