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마을은 누구 겁니까?”
“애정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마을 민주주의 다양한 의견 나눠
안병렬 수지구청장 등 패널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은 누구의 것일까? 누구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을 것 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지구 주민들이 모였다. 그리고 3시간에 걸친 토론을 이어갔다. 

2일 동천동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그래서 마을은 누구 겁니까?’라는 주제로 마을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수지구 주민을 비롯해 안병렬 수지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강윤주 경희사이버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 경영학 교수가 참여했다. 

포럼 시작과 함께 사회를 맡은 강윤주 교수는 포럼 전 참여자들이 쓴 쪽지 중 하나를 읽어 내려갔다.

‘마을엔 주민이 없다. 방치되고 있을 뿐. 살기 좋은 마을을 이야기하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되는 일에 투자하기 어렵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착한 마음으로 가꾸면 좋겠는데 나도 안하는 일을 누가 할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 솔직하고 직선적인 지적에 참여자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이어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상현동 한 주민은 “마을에 도서관이나 아이들이 함께할 공간이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들었다”며 “소통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마을을 변화하기 위해 이야기해왔지만 앞장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은 “평생 베드타운에서 살아왔지만 소속감을 느낀 적이 없다”며 “학생과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마을 주민들의 고백과도 같은 고민에 패널로 참여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입을 열었다. 
김영배 구청장은 2010년 성북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8년째 구청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동네 안에 국가 있다’라는 책에서 공허한 거대담론이 아닌 생활정치, 시민정치를 통한 공공성의 확보를 역설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이 시대의 민주주의는 작은 마을에서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사회의 작은 단위인 마을 속에서 개개인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민주주의가 아닌가 싶다”며 “작은 민주주의 실천은 마을에서부터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또 지난 촛불 시위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를 공공성에서 보고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도 마을이 힘을 모아 나서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패널로 나선 안병렬 수지구청장은 민과 관이 함께하는데 어색해하거나 힘들어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안 구청장은 “관이 주도하는 행사에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가지고 계신 분들만 참여한다”며 “많은 주민들이 행정기관에서 하는 것들에 발을 떼고 멀어지려고 하시는데 과감히 문을 두드리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질문과 토론시간에 한 동천동 주민은 “마을은 공공적인 것이다. 개인에 치우쳐 공공성을 잃었던 것이 마을의 주인이 없어진 이유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한 주민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토론하는 장을 활성화하는데 관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강윤주 교수는 “내가 마을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무리 고단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육 없이 그런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으로 이런 포럼의 자리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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