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시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 없다?

용인에는 유명한 테마 파크와 경기도내 거의 절반에 달하는 박물관이 있다. 포곡면에 있는 삼성 에버랜드와 기흥읍 소재 한국 민속촌을 비롯해 경기도립 박물관, 세중 옛돌박물관, 호암미술관 등은 전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공식 개장한 백암면 한택식물원 역시 동양최대 규모의 자생식물원으로, 수도권 시민들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풍부한 자원은 용인시 미래 발전 전략의 한 축인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역주민들에 비친 이들의 모습이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교통유발 등으로 인한 주민 피해는 적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별로 없다.” 의외로 이렇게 주장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또 “기업 이득에만 관심이 있지, 지역주민과 함께 가고자 하는 모습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털어놓는다.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도시는 훌륭한 자원과 시설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정주·애향의식을 바탕으로 시민과 행정당국 그리고 문화관광산업 주체가 3위 일체가 돼야 가능하다. 특히 시민들의 참여 유도는 매우 중요하다. 시민에 대한 배려와 혜택을 통해 관광산업이 발전해 나가는 몇몇 사례 소개는 단지 ‘깍아주고 공짜 좋아하는’대중의식에 영합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행정기관은 어떤 방식을 통해 지역 주민을 배려하고, 참여를 유도해 지역사회 통합과 발전을 이뤄나가는가 하는 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은 그냥 들어오세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은 3만4천여평에 이르는 규모로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제주도를 찾으면 대부분 한번씩 들르게 되는 이곳 이용료는 일반인 기준 6천원이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겐 특별할인이 적용된다. 입장료의 50%만 내면 된다. 이 곳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 30여 곳 대부분은 ‘도민 할인규정’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 아니면 50% 만을 받는다.<도표 참조>

국립제주박물관이나 항몽유적지 등 국가 또는 도에서 투자 설립한 시설은 당연히 그럴 만하다지만, 거의 모든 사설 관광단지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다른 특징이 보여준다. 한림공원 역시 제주도를 대표하는 수목원으로 각양각색의 식물군은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들어맨다. 어른 기준 입장료가 5천원이지만 제주도민들에겐 개인 3천원이고, 협재와 금릉은 무료로 입장시키고 있다.

국제 자유도시로 추진될 만큼 관광자원이 도민들의 큰 수입원이고, 다수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만큼 아무래도 여타 지역과는 좀 다른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행정기관과 관련업종 스스로 주민들을 한 방향으로 모으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주도는 도·시·군 조례제정을 통해 유료관광단지를 찾는 도민에 대한 할인 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

사설 관광 시설 역시 어느 정도 이를 ‘권리’로서 인정하고,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림공원 측은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우리지역 것, 우리가 누리는 건 당연”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라고 할 경주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축적된 문화인프라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국제행사가 된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한창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경주 시민들은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천마총 공원은 아침 ·저녁으로 시민들을 위해 특별히 무료 개방한다. 대부분의 시내 유적지 역시 경주시민들에겐 입장료 없이 개방한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해 온 것은 아니다. 시 또는 도가 투자하거나 운영하는 곳부터 시행하고 민간 운영의 관광자원에 대해서도 꾸준히 유도를 해 온 결과다. 여기에는 시 당국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시 관광진흥과 허봉기씨(34)는 “우리 지역의 향토문화유산을 지역민이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 행정서비스 차원에서도 당연히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속초. 현재는 누구나 무료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한동안 해수욕장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했다. 그 당시에도 지역주민 만은 그냥 들어갈 수가 있었다. 민간기업인 한화콘도는 요즘도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면 할인혜택을 주고 있고, 심지어는 일주 야간업소까지 지역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는 지역적 공감대가 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결국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용인은 언제까지…

반면 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용인은 어떤가. 용인에는 세계적인 테마 파크가 있다. 둥지만화박물관까지 포함한다면 11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입장료를 받는 대부분은 지역주민을 위한 할인 혜택이란 한택식물원 밖에 없다. 양지면에 있는 세중옛돌박물관은 일반 5천원, 단체 3천원, 청소년 3천원을 받고 있다. 다만 이곳은 어느 정도 탄력적인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등잔박물관은 어른 3천 5백원, 어린이 1500원을 받고 있다. 호암미술관도 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을 입장료로 내야 하지만, 경로우대증,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겐 50% 할인을 해 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삼성 사원증을 지닌 직원에겐 동반한 3명까지도 무료라는 점이다.

누가 뭐라도 용인을 대표하는 테마파크는 포곡면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기흥읍 소재 한국민속촌이다. 그러나 이 두 곳 역시 지역주민들에 대한 할인혜택은 없다. 한국민속촌은 성인 1만 1천원, 어린이도 7천원을 내야 한다. 삼성 에버랜드는 입장료보다는 시설물 이용 사용료가 만만치 않지만 지역주민들에게 할인혜택을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김원보 상무는“과거 지역 주민에 대한 할인 방안에 대한 검토를 한 바 있었지만, 몇 가지 부작용이 예상돼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지역주민을 위한 갖가지 이벤트 행사와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지역민과의 유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아래 관련 인터뷰>

다른 지역의 예로 볼 때, 시 당국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과거 원인자 부담 원칙 차원에서 준조세 성격의 세수를 시가 확보하는 방안을 용역연구 한 바 있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지역 주민 할인제도 시행을) 추진하도록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밝혔듯 경쟁력있는 문화관광도시는 훌륭한 자원과 시설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 구성 요소간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발전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지역민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 이것이 작은 배려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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