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이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공주 책 주세요.”
“어떤 공주 책?”
“지난번에 읽은 예쁜 공주 책이요. 엄마랑 저기서 읽던 거요.”
당당한 꼬마 아이의 요구에 당황할 때 쯤, 문이 다시 열리며 아이 엄마가 눈인사와 함께 들어선다. 
“아이가 지난번에 읽었던 공주 책을 찾는데, 제가 잘 모르겠어요.”

아이 엄마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이 손을 잡고 공주 책이 있을 법한 곳으로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지난 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공주 책은 신데렐라였다. 그림이 많은, 설명을 가지고 있지 않아 조악하고,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게 해준다던 출판사 책이 어여쁜 아이 손에 보물처럼 쥐어져 있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나 봐요.”
눈치 좋은 엄마는 아이 대신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공주 그림이라 이 시리즈 공주 책만 읽으려고 해서 저도 속상해요.”
엄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출을 위해 내 손에 들어 온 책은 손때가 꼬깃꼬깃 많이 묻어 있었다.
“잘 가. 다음에 또 와요”

아이에게 짧은 인사로 배웅을 했다. ‘읽을 거면 좀 더 좋은 책을 읽지’란 아쉬움에 신데렐라 단행본을 검색했다. 블로그를 뒤적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책을 읽을 10가지 권리’를 마주쳤다. 읽을 때마다 공감하면서 막상 내 이야기가 되면,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시하는지. 예뻐서 다시 읽고 싶다는 감상평을 무시한 게, 보는 이 없이 뜨끔해진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나 봐요”라는 말 대신 “넌 이 책이 너무 좋구나”하고 공감해주지 못한 하루가 아쉽다. 기회가 되면 “재밌게 읽었어?”란 말 한마디 건넬 동네 아줌마로 꼬마 아이랑 다시 마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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