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중·고생 무상교복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얼마 전 무상교복 관련 조례가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대상은 중·고 신입생 2만3000명으로, 시는 1인당 29만6000원씩 68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교복예산이 마련된다는 것은 교육문화도시 용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해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각 학교의 임원들과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교복구입은 주관구매라는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주관구매를 하려면 학교가 입찰공고를 내고 교복업체들이 입찰에 응해야 하는데 올해는 업체들이 입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교복구매가 매우 혼란스럽고 비싸게 구매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는 것이다.

교복업체들은 왜 입찰에 응하지 않고 있을까? 교복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주관구매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반판매를 하려고 입찰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이상한 점은 용인시 내에서 수지구는 어느 정도 입찰이 성사돼 주관구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기흥구와 처인구는 입찰이 거의 진행되지 않아 주관구매가 무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수지구만 입찰을 통한 주관구매가 진행될까? 주관구매를 통한 교복구매와 일반판매를 통한 교복구매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입찰이 진행된다는 것은 교복시장이 어느 정도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경쟁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입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입찰에 응하지 않아도 교복판매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자 중심의 교복시장구조라는 것이다. 그러한 시장구조에서는 소비자인 학부모나 학생의 이익이 아닌 을의 구조인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주관구매는 교복 값이 비싸다는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민원을 해결하고 교복 값 거품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육지책으로 결정한 정책이다. 그런 주관구매가 무산되고 교복이 일반판매로 진행된다는 것은 또다시 교복 값이 판매자 중심으로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입찰이 진행되는 수지구나 경기도내 다른 지역 교복 값은 평균 25~26만원 선인데 비해 일반판매 값은 32만원 정도에서 판매되고 있다. 결코 가격 차이가 적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가격은 한벌 기준이다. 학생들은 교복을 살 때 세탁을 위해서 대개 셔츠나 바지를 두벌씩 산다. 그렇게 본다면 입찰을 통한 교복 값과 일반판매를 통한 교복 값의 차이는 엄청나게 된다.

학부모들과 학교현장에서 걱정과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68억이라는 시민의 세금으로 실시되는 ‘무상교복’이라는 것이 과연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무상교복정책을 세우고 조례를 통과시키기 전에 교복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해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복 구매와 판매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했다. 그런데 면밀한 사전조사나 준비 없이 어느 날 정책이 정해지고 예산이 만들어지니 시장에서 왜곡된 정보와 거품이 먼저 일어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아직도 경전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용인시가 68억이라는 큰 예산을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교복 값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교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몇몇 업체의 주머니로 시민들의 예산이 들어가는 결과를 만들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교복가격만 올리고 교복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복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일상에 직결되는 교육자재이다. 그러므로 교복 관련 정책을 세울 때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의도가 아니라 교육현장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의로 시작된 정책조차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 간에 예기치 못한 상흔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용인시는 무상교복을 실시하기 전에 교복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가 학부모와 학생들을 호도하지 않도록 하고 교복 값이 합리적인 가격에 결정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  대책은 지자체나 시의회 또는 교육청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와 시민단체들의 소비자운동을 통해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용인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상교복지원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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