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소나무 숲을 찾기는 힘들다. 도자기 가마터가 많은 것이 그 이유라고 들었다. 용인 시민들에게 소나무 숲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필자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 소나무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조상들이 궁궐을 지을 때 사용했던 나무, 지금은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기 위해 보호하는 나무. 그래서 나라에서 지키고 키웠던 나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숲의 처음 단계에 존재하는 나무, 숲이 오래될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는 나무, 바람이 많은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나무, 그리고 앞으론 많이 사라질 나무이기도 하다. 소나무 무리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해송, 반송, 금송, 곰솔, 리기다소나무, 테에다소나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나무는 ‘소나무’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중국과 일본에 일부가 분포한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소나무이다. 줄기가 붉은 색을 띄고, 바늘잎이 두 장씩 모여난다. 키가 10m 이상 크는 나무로 숲에서 가장 높은 층을 차지한다. 숲에 있는 소나무는 키가 크게 자라는 데 반해 가지는 거의 윗부분만 남아 T자 모양이 된다. 자라면서 아랫 부분의 가지는 스스로 잘라 없앤다. 가장 높은 곳의 좋은 햇빛만을 받으려는 의도이다. 햇볕을 사방에서 많이 받을 수 있는 소나무는 가지도 많고 잎도 무성하다.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소나무는 사계절 푸르지만 그렇다고 잎을 갈지 않고 평생 쓰는 것은 아니다. 새로 난 잎은 2년 후 떨어진다. 소나무 잎은 떨어져도 잘 썩지 않고 나무 밑에 쌓인다. 수북이 쌓인 솔잎 길을 걸은 기억이 있다. 소나무 씨앗은 솔방울 안에 여러 개가 들어있는데 날개가 달려있다. 소나무의 목적은 멀리 씨앗을 퍼트리는 것이다. 엄마소나무 그늘에선 어린 소나무가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햇볕을 많이 쬐어야 자라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소나무 숲은 어린 소나무를 키울 수 없어 점점 다른 숲으로 변한다. 

1950년 큰 전쟁을 치르고, 숲은 거의 사라졌다. 힘들었던 30~40년간 나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활도구 중 하나였다. 그래서 숲이 성숙할 시간도 없이 계속 사람들은 숲을 훼손했다. 사람들은 아래층에서 자라는 작은 참나무들이나 키 작은 나무들을 땔감이나 다른 목적으로 모두 잘라갔다. 숲의 바닥도 모두 긁었다. 국민학교 시절 떨어진 솔잎과 솔방울을 주우러 다녔다는 지인들의 경험담도 많이 들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도 아궁이 불쏘시개로 솔잎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소나무 숲은 다른 숲으로 변하지 않고 남겨졌다. 

벌써 10년이 지난 강원도 고성산불과 그 후에 있었던 삼척산불은 정말로 엄청난 재난이었다. 며칠 밤낮 불이 꺼지지 않았고, 계곡을 뛰어넘어 불씨들이 날아다녔다. 불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숲이 사라지고 동물들이 탄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소나무들이 모두 불에 탔고, 남아있던 참나무들이 그루터기에서 싹을 틔웠다. 숲은 다이나믹하게 변했다.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일들을 빼고, 나무의 생장은 두드러졌다. 아쉽게도 소나무는 모두 타서 죽었지만, 참나무들은 살아남아 그루터기에서 바로 움싹이 텄다.

씨앗이 큰 나무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뿌리가 그대로인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나무는 더 빠르게 자란다. 소나무 숲이 점점 참나무 숲으로 변한다. 솔방울보다 도토리가 숲에 더 많아진다. 소나무가 숲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아직 좋은 소나무 숲이 많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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