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백지라면 그 백지 같은 마음속에 점 하나를 먼저 봤다. 그 점은 잘못했을 때, 실수했을 때다. 그 점을 제대로 포착해 정확하게 빨리 바로 잡아주는 것이 훌륭한 교사, 좋은 부모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좋은 교사의 역할은 적절한 훈육자였다. 아이가 잘 할 때는 칭찬하고, 잘못하거나 실수할 때는 잘 포착해 훈계하고, 지도하는 데 집중했다. 이때의 나의 아동관은 아이는 ‘부족한 존재, 미숙한 존재, 불완전한 존재, 도움을 주어야 하는 존재’였다. 

버츄프로젝트가 보는 아이는 그 동안의 안경을 벗고, 다른 안경을 끼게 했다. 아이는 잠재력의 존재, 온전함을 품은 존재, 앞으로 보석이 될 원석을 가득 품은 존재로 본다. 한마디로 스스로의 힘을 가진 무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가 버츄 아동관이다. 

작가이자 유명한 코칭 지도자인 케빈 홀의 책 ‘겐샤이’가 떠오른다. ‘겐샤이(Gensha)’는 고대 힌디어로 ‘누군가를 대할 때 그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겐샤이’의 출발은 자기 자신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은 내가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내 자신이 먼저 나를 진심어린 자비, 격려의 ‘겐샤이’로 대하는 게 먼저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겐샤이를 실천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에게 긍정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케빈의 어머니는 19살에 두 아이를 가진 미혼모가 된 후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시간이 가면서 스스로 알코올 중독을 극복했고, 홀로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가장 바닥에서 일어나 자기 자신의 삶을 먼저 변화시켰으며, 평생 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위로하는 삶을 살았다. 케빈 어머니의 장례식 날 한 사람이 다가와 케빈에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상태에서 헤매고 있을 때, 스스로를 믿지 못했을 때 당신의 어머니가 저의 가능성을 믿어주셨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없었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케빈은 어머니가 스스로 가장 어둔 순간, 고통의 순간에 ‘겐샤이’를 통해 일어났고, 평생 누군가의 ‘겐샤이’를 실천했음을 깨달았다. 

2005년 린다 여사가 한국에 왔을 때 인터뷰 한 것을 읽어보다가 나는 다시 ‘겐샤이’가 떠올랐다.

“4전략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라는 것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한 인간으로 예우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은 가장 강력한 자원이며, 4전략은 그 자원을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이 4, 5번째 전략은 버츄프로젝트가 지니고 있는 가장 독특한 전략입니다. 이것은 조직은 물론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접근 방식으로 근본적인 관계를 바꾸어 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내가 만난 버츄프로젝트는 그 과정 자체가 가장 따뜻한 겐샤이였다. 가장 먼저 나 자신에 대한 따뜻한 겐샤이, 내 제자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격려하도록 한 따뜻한 ‘겐샤이’였다.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한 아이, 한 존재로서 예우하는 것이다. 내 반에 온 가장 속을 썩이는 문제아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되는 일, 그게 ‘겐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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