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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킹의 ‘The Thrill Is Gone’
  • 정재근(음악평론가)
  • 승인 2017.12.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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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듣던 말 중에서 들어서 힘이 됐거나 감동을 받았던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까요. ‘넌 꼭 필요한 존재야. 우린 널 사랑해!’ ‘너 없으면 안 돼’ ‘수고했어!’ ‘고마워’ ‘역시 넌 최고야’ ‘괜찮아?’ ‘힘들지?’ ‘너라면 할 수 있어’ ‘잘했어’ ‘넌 정말 열심히 한 거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등등…. 힘과 감동이 되어 우리를 지탱시켜줬던 말은 참 많았군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잖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아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하물며 집에서 키우고 있는 화초들도 아낌을 받으면 빛깔부터 다르다고 하잖아요. 아끼는 사람이나 물건에게 지금 이 시간, 미소 한번 지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주세요. 서로에게 큰 행복이 만들어질 수 있답니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정치인 한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물건을 소유하고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 물건을 허투루 대하지 않고 아끼게 된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습관이다 싶어 저도 얼마 전부터 따라 해보려 했지만, 그것도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릴 일이지 필자 같은 사람은 그 이름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인지라 곧 내 포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

2015년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렸던 블루스 기타리스트 비비 킹(B. B. King)도 자신의 기타에 이름을 지어주어 곡까지 만들었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공연 후에도 동료를 소개하듯 기타를 소개하는 일은 아주 유명한 일화입니다.  

비비킹이 1950년대 중반에 어느 클럽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공연 도중 어느 두 남자가 싸움을 하게 됐더랍니다. 싸움은 격렬하게 번져서 그만 클럽 안에 있던 난로를 쓰러뜨려 클럽에 화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관객들과 함께 부랴부랴 클럽 밖으로 탈출한 비비킹은 자신의 기타를 놔두고 나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클럽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 기타를 가지고 나왔답니다. 그 후 그날 남자 둘이 싸우게 된 이유가 한 여자를 두고서였답니다. 그 여자 이름이 ‘루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 기타 이름을 ‘루실’이라고 지어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50년이 넘도록 ‘루실’은 비비킹 품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답니다. 아! 그렇다고 뭐 그 기타가 50여 년 동안이나 계속 망가지지도 않고 띵똥 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 기타가 여러 번 바뀌었겠지요. 그러나 기타는 바뀌어도 비비킹의 기타는 ‘루실’이라고 이름 붙여 공연 때마다 소개를 받았답니다. 아, 우리나라 가수 한영애씨가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루실’이라는 블루스 곡 있잖아요? 그 곡이 바로 비비킹을 존경해 마지않는 노래의 작곡자 엄인호씨가 비비 킹에게 헌정하는 그런 곡이에요. 

대중음악계에는 정말 수많은 기타리스트가 있지만 비비 킹의 위치는 특별합니다. 우선 이름 자체가 블루스 보이에서 따온 것만으로도 블루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지요. 흔히 블루스는 ‘느낌의 음악’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블루스의 느낌을 제대로 알게 되면 가슴 에이는 매력적인 곡이 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잘 알지 못하면 그냥 그렇고 그런 음악으로 치부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한데 비비킹은 그 매력적인 느낌을 가장 충실히 나타냈던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비비 킹의 기타 연주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을 주는 정통파인데 묘하게도 그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타 연주를 하며 연주 한 소절이 끝나고 난 다음 노래를 부르고 다시 기타 연주를 이어가는 그런 스타일이란 얘기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그렇게밖에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무슨 대단한 그만의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담백하게 자신의 느낌을 기타로 전달할 뿐이었습니다.

어느 분야든 자기가 일생을 바쳐 일군 일이 있던 사람은 그 일을 하다 죽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일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가 죽고 싶다고 하고, 가수는 노래를 부르다가 죽고는 것이 가장 큰 희망 아니겠어요? 그런 점에서 비비 킹은 90세의 나이로 얼마 전 숨을 거둘 때까지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왕성한 연주활동을 하며 수많은 정상급 뮤지션들과 인종을 초월한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다가 잠을 자듯 편안하게 생을 마쳤으니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비비 킹의 가장 대표적인 히트곡 ‘The Thrill Is Gone’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곡은 비비 킹이 다른 많은 가수들과 함께 불렀는데 그 중, 1999년에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부른 버전을 올려놓습니다.
B.B. King과 Luciano Pavarotti의 ‘The Thrill Is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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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근(음악평론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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