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헌강왕 때 생김새가 특이하고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 환대받아 관직에 등용됐는데, 처용으로 알려진 이 사람은 최근 중동에서 발굴된 서적에 의하면 페르시아 왕자로 추측하기도 한다. 처용 전설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처용의 부인이 역병에 걸리자 춤으로 역신을 퇴치하는 내용이다. 이는 처용가, 처용무 등으로 전승됐고 질병 유행시 처용의 얼굴을 문 앞에 붙여 놓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한국문화재단에서는 처용무굿을 공연하기도 했다.

처용의 춤이 역병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출입을 자제시키는 방법은 전염병의 유행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근세 이전 시대의 전염병 개념은 오류가 많았다. 사악한 기운이나 나쁜 냄새들이 질병을 전파한다는 생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동의보감에도 역병을 막는 방법으로 종이로 콧구멍이나 귀를 막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처용의 탈이나 그림 역시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방법들로 사용됐다. 당연히 서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은 수억 명을 사망케 한 끔직한 재앙이었다. 유럽 인구 3분의1을 집어삼킨 전염병은 공포 그 자체였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의사들이 희생됐다. 흑사병 진료 의사들은 질병을 막는 방법으로 가면을 착용했다. 가면은 얼굴 전체를 감싸고 나쁜 기운이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코 앞쪽에 길쭉한 호흡 통로를 만들어 레몬, 장미꽃, 몰약 등 향기 나는 물질을 집어넣고 밀집 등으로 채워 나쁜 공기를 정화하려고 했다.

1619년 샤를 드 로름이 개발한 이 복장은 마치 뾰족한 새부리에 검은 모자와 긴 외투, 장갑을 착용한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중세 흑사병 치료 방법은 몸의 균형을 잡고 나쁜 피를 빼내야 한다는 체액설을 근거로 하는 사혈 치료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 효과가 없어 많은 환자들이 사망했는데 기괴한 의사 복장과 합쳐지면서 죽음을 몰고 오는 사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흑사병은 공기로 전염되는 질병이 아니라 세균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괴한 복장은 점차 사라졌고 합리적인 보호 방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도 보호될 필요가 있었다. 감염에 가장 취약한 환자들은 수술 등의 외과적 치료를 받는 경우였다. 외과 수술 후 감염증으로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고통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감염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됐다.

오스트리아 의사 미쿨리치는 수술 후 감염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했다. 미쿨리치는 리스터가 소독법을 개발해 환부의 상처 감염을 줄일 수 있지만 입이나 코에 있는 세균이 말을 하면서 튀어 나가 환자의 환부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수술 중 대화를 금지했다. 1896년 미쿨리치는 천으로 된 수술 장갑과 두건 형태의 마스크를 만들어 수술할 때에 착용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나오는 세균이 환부에 도달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쿨리치는 마스크 사용 이후 실제 수술 후 감염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와 장갑이 착용되기 시작하고 의료 환경은 보다 안전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900년대 초 수술 장면을 보면 의료진은 맨손에 마스크 없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1930년대에는 수술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수술실에서 사용되던 마스크는 이후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마스크는 환자를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환자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15년 디프테리아와 성홍열을 돌보던 간호사들이 감염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뒤 급격하게 감소했다. 천으로 된 마스크보다 여러 겹으로 만든 마스크를 사용할 경우 작은 미생물을 방어하는데 효과적인 것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일회용 마스크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의료진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스크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적도 있지만 질병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 등으로 병원균 배출을 막는 목적도 있다. 마스크가 없더라도 기침을 할 경우 팔 등으로 막아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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