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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린이의 행복
  • 최영종(수필가, 처인구)
  • 승인 2017.11.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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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자리에서 그 어린이의 이름을 묻지 않음이 지금도 아쉽다. 그날 아침결에 틈이 있어 경안천을 걸으려고 보행로로 들어서니 ‘사람들의 용인 용인시와 함께’하는 「삼성나눔 워킹페스티벌」이란 입간판이 보이고 오가는 사람들로 여느 날과 달리 걷는 사람들로 발을 제대로 떼기가 무척 힘들었다. 길이 막혀 북새통이었다. 

젊은 엄마, 아빠들이 꼬마들의 손을 잡고 주최 측에서 나눠 주는 파란색 풍선을 받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어깨띠 두룬 이에게 “수고하십니다” “뭘요, 이건 용인시와 삼성에서 해마다 가지는 잔치인데 여기 참석하는 사람들은 앞서 5천원을 내고 등록해두고 나오라는 연락 받으면 참가합니다.” “조금전 5천원을 등록금으로 낸다 하셨는데 여기 참가한 사람만 해도 수백 명이 넘을 것 같고 그 돈만 해도 제법일 것이고 또 삼성이 후원한다는데…” “맞습니다. 행사에서 남은 돈은 용인시 내 장애인, 노인, 요양원, 유아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이웃돕기로 쓰입니다. 해마다 하지요”하고 말했다. 

운동코스인 걷기코스를 걸으려 하니 힘들었다. 앞서 걷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나란히 걷는 쌍들이 많았다. 이들 틈새로 걸으며 속도를 냈다. 얼마 가니 또 다른 간판이 ‘우리 손잡고 걸을까? 3km’라고 알린다. 걷다 뒤돌아보니 이어지는 사람의 행렬, 시작이 어디고 어디서 끝나는지 모른 채 그저 사람 사이를 뚫고 열심히 걸었다. 머리 위쪽으로 영동대로가 멀찍이 보였다. 

바로 앞서 가던 30대 엄마에 초교 2년쯤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엄마 잠깐” 하고 길 안쪽에 놓인 벤치 쪽으로 달려갔다. 가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비벼 문드러진 담배꽁초 두어 개와 과자봉지를 주어 엄마 곁으로 왔다. 엄마 손에는 이것저것 주어 담은 하얀 봉지가 들려 있고 꼬마는 주워온 담배꽁초와 과자봉지를 집어넣었다. 정말 보기 드문 모자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항상 엄마가 쓰레기를 줍기나 치우는 것을 보고 배워 몸에 밴 탓이리라. 

필자는 그 자리를 떠나면서 그 어린이의 학교와 이름을 못 물어 둔 아쉬움이 10년도 훨씬 넘는 신문기사 스크랩 위에 클로즈업됐다. 조금은 자랑이 될지 얌체 아저씨가 될지 모르나 2004년 12월 7일자 한겨레신문의 조그만 기사로 나와 줄여 몇 줄로 소개한다.

-얼마 전 3호선 원당역에서 탄 차는 퇴근시간 전이어서 거의 앉아있었으나 나와 몇 사람만 서 있었다. 바로 내 앞에 초등학교 1,2학년 쯤 보이는 어린이가 일어나더니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하고 일어나 창 쪽으로 가려한다. 고마운 마음에 “너는 어디까지 가니, 다음 역에서 내리니?” 하고 엉거주춤하고 묻자 “아니예요” 한다. 

순간 앉으려다 뒤로 물러서며 “괜찮으니 앉으라”고 하니 쑥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앉았다. 그 어린이 왼쪽엔 오십대 남자가 졸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두툼한 책을 읽는 대학생, 또 그 옆에는 여대생 차림의 이십대 여성이 얇은 책을 얼굴 가까이 대고 있었다. 그 아가씨가 다음 역에서 내려 어린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는 열 살이고 백신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학교가 끝나 학원가는 길이며 동국대 역에서 내린다고 공손하게 말해줬다. 독자들도 느끼겠지만 그토록 많은 지하철 속에서 10살짜리 어린이에게 자리를 양보 받으리란 생각은 이제까지 가져본 일이 없기에 착한 어린이를 만났다는 기쁨에서 길이 남기려고 이름 석자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서 받았다. 

전철 속에서 받은 사인을 볼 때마다 그 어린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도 보여 어른을 섬기는 산 예절교육을 가르치고 싶어서다. 다만 경안천의 그 어린이에게 이름과 학교를 못 물은 것이 크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소 ‘어른은 항상 잘 모셔야 한다’는 말이나 ‘지구 멸망을 가져올 쓰레기를 치움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가르치면서 어른들이 솔선해서 했기에 몸에 배여 따라하게 된다는 말을 바꿔 부모님들에게는 ”존경합니다” 하고 인사드린다. 이 두 어린이에게는 “요즘 억세게 외워대는 ‘금수저, 은수저 물고 태어나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고 부모님의 참된 사랑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해주려 한다. 훌륭한 부모님의 가르침(사랑)을 받은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 이런 부모님의 사랑을 오래도록 누리라고….

최영종(수필가, 처인구)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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