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규방문화연구소 설립
“규방공예 매력 전하고파”

‘규방’은 조선시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이었다. 당시 여성들은 이곳에서 밖과 격리돼 있었기에 규방은 여성들의 한이나 원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여성들이 만들었던 자수 노리개 조각보 등을 오늘날 규방공예라는 한 공예 장르로 분류하고 있다. 

전국 유일 용인규방문화연구소는 규방문화에 대한 연구 활동부터 교육, 자격증 부여까지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규방공예가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작가 변인자(60) 소장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변 소장은 2009년 일본 오사카에서 ‘복보자기전’ 초청작가로 참여했고,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조각보와 규방공예 작품 전시, 2011년 UN국제연합보도사진전에 규방공예 오브제 설치 등 대내외적으로 굵직한 행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전통 규방공예가다. 드라마나 음악프로그램에서 소품으로 자주 쓰여 작품으로는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브랜드 코리아’와 규방문화연구소 교재인 ‘규방공예’가 있다. 

변 소장에게 규방공예는 특별하다. 한 가지에 집요하게 빠져드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규방공예는 달랐다. 조금씩 느리게 가는 특성, 재료의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변 소장을 매료시켰다. 그 매력에 푹 빠져 한 곳에만 집중하는 사이 여기저기서 실력을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변 소장에게 규방공예를 배우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났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규방공예를 통해 위로를 받아요. 홀로 작업을 하고 있을 땐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죠. 규방공예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예요.”

용인문화원 부설연구소인 규방문화연구소는 정식 설립된 해가 2009년이다. 규방공예만을 위한 정식 연구소가 세워진 것은 전국에서는 최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공모전을 전국규모로 치르는 이유도 규방공예와 관련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단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200여개가 넘는 작품들이 규방공예대전에 출품됐어요. 어찌 보면 규방공예인들에게는 1년 중 가장 의미 있는 날이 된 셈이죠. 앞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행사보다는 축제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에서 최대 수년까지 걸리는 규방공예는 그야말로 삶을 담아내는 고도의 작업이다. 실제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비상구-달빛정원1’은 2009년 작업을 시작해 남편의 투병 생활에 함께 했던 작품이다. 20011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한참동안 손을 대지 못했다가 2015년이 돼서야 완성했다.

오랜 세월 변 소장의 많은 이야기를 눌러 담은 듯 오묘한 작품이었다. 이렇듯 변 소장의 작품들은 색과 배치의 조화 등 실력 뿐 아니라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깊은 내면이 배어있다. 그런 변인자 소장의 손길을 거쳐 간 학생만 1000여명. 반응은 뜨겁다.

“용인규방문화연구소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업을 들으러 와요. 전라남도 광주부터 여수, 일산, 서산까지 규방공예의 매력에 빠져 먼 길을 마다 않고 매주 오시죠. 한번 시작한 분들은 거의 대부분 3년 이상 꾸준히 배우실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세요.”

변 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뭔가 거창하게 욕심을 내세울 만 한데 그렇지 않다. 
“부족하지만 첫 걸음을 잊지 않고 느리게 차근차근 가려고 해요. 곧 저만의 규방공예 수업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낼 생각이에요. 더 많은 분들이 규방공예 매력을 아시고 규방공예를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게 되길 바라면서 말입니다.”(교육문의 031-321-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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