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교통약자
답답한 마음에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발길

한 교통약자가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15일 기흥구 신갈동에서 만난 김오돈(73)씨. 그는 인근 경로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향인 이천에서 용인으로 이사 온지 40년이 넘었다는 김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김씨에게 휠체어는 편리함을 주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사실상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장치다.  

10여년 전부터 홀로 생활하기 시작한 뒤 외출이 줄었단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라 외출이라고 해봐야 집 주변에서 반경 수킬로미터였다. 그나마 5년 전부터 장애를 인정받아 지금의 전동휠체어를 지원받았다. 이동범위가 다소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흥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김씨는 “버스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멀리 갈 일이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가야되는데 위험해도 차도를 이용해야 한다”며 “아직 경전철도 한번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용인에도 최근 2층 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했다는 말에 “사실이라면 한번 타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중교통에 소외된 현실을 아쉬워했다.

교통약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됐다. 실제 취재를 위해 수차례 찾은 정류장과 경전철 역사, 용인공용터미널 등 여객시설에서 고령인, 임산부, 장애인 등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만난 교통약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용인시는 지난 8월 교통약자 이동 편의를 위해 이들을 위한 전용 차량을 애초 44대에서 72대로 증차했다. 또 같은달부터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처인구 원삼면의 10개 마을, 백암면의 2개 마을 등 12개 마을을 대상으로 따복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시의 이런 노력에도 교통약자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행정 서비스는 확대는 ‘찔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 입장에서는 각자도생으로 이동권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14일 찾은 용인운전면허 시험장. 이른 시간인데다 방학 전이라 다소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각자도생에 나선 교통약자를 찾기 위해서다. 시험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 중 교통약자 대상자에 해당하는 고령층의 한 응시생은 나이가 들수록 운전면허증이 더 필요해져 자녀들의 권유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한단다. 

수지구에서 왔다는 최남해(63·여)씨는 “지금은 어디 가려면 자녀들 차를 이용하고 있다. 갈수록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힘들어져 운전면허를 따려고 왔다”면서 “젊었을 때는 여자가 운전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는데 지금은 가장 필요한 게 운전면허”라고 말했다.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 어려움은 일상생활의 불편에 머물지 않는다. 신갈동에서 김오돈씨를 만난 15일은 포항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김씨는 지진 소식을 전해 듣자 휠체어를 직시하며 “평소 외출을 안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으니 불편을 잘 못 느끼는데 지진이라도 나면 그땐 휠체어를 타고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런 일이 용인에서 발생하면 큰 일”이라고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용인에는 2016년 기준으로 교통약자가 버스 이용을 상대적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저상버스가 총 7대 운행하고 있으며 설치율은 2.8%에 머물고 있다. 이에 시는 2021년까지 총 81대를 도입(32%)할 예정이다. 노선 역시 1개 노선에서 총 5개 노선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외도 시는 2018년에는 경전철에 장애인 접근가능 표시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수단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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