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 내려오는 노래 중에 ‘나무노래’라는 노래가 있다.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않아 구기자나무’ 

나무 이야기가 계속된다. 정말로 나무의 모습과 특성에 그럴듯하게 가사를 지었다는 생각에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중에 요즘 들어 유난히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 ‘빠르구나 화살나무’다. 이제 11월 중순을 달리고 있고, 곧 달력은 한 장밖에 남지 않는다. 어느새 2017년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갔구나. 화살같이. 

식물을 구분할 때 우리는 ‘동정한다’라고 하며 그 구분점이 되는 특성을 동정 포인트라고 부른다. 화살나무는 동정 포인트가 확실해 한 번 확인하고 나면 쉽게 헷갈리지 않는다. 아이들도 한번 보면 금방 알아보고 절대 까먹는 법이 없다. 

화살나무의 동정 포인트는 오래 되지 않은 나뭇가지에 달리는 코르크재질로 된 날개이다. 화살 끝부분에 새 깃털을 달아 화살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날아가게 하는 날개라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화살나무에 달려있는 코르크가 그 날개를 닮아서 화살나무라 불렀다.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네 갈래로 납작한 날개가 달리는데 구역을 나누는 칸막이처럼 서 있어 만약 줄기를 가로로 잘라 단면을 본다면 마치 회전문을 위에서 바라본 느낌이랄까? 

우리 숲과 들에서 나뭇가지 날개를 본다면 그건 단연코 화살나무다. 그런데 어느 공원에 갔을 때 당황한 적이 있다. 겨울이라 잎도 붙어있지 않은데다가 분명 나뭇가지에 날개가 달려있어 화살나무인가 했지만 전체적인 나무 형태나 줄기의 모양이나 껍질이 전혀 화살나무와 닮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미국풍나무라는 나무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많지는 않지만 단풍이 아름다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심고 있는 나무라고 한다. 언젠가 용인에도 들어오게 된다면 조심해야 할 것이다. 날개가 달렸다고 다 화살나무는 아닌 게 될 터이니. 

그런데 화살나무는 왜 이런 날개를 달았을까? 두껍고 묵은 가지보단 주로 나온 지 얼마 안 된 잔가지들에 날개들이 많은 걸로 봐서 잔가지에 달리는 잎들과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다른 나무들이 가시를 만들어 보호하듯이 화살나무는 날개를 만들어 쉽게 뜯어먹지 못하게 하려는 듯 보인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화살나무 잎을 좋아한다. 홑잎나물이라고 부르며 이른 봄에 붉은 겨울눈의 껍질을 벗고 초록빛으로 돋아나는 잎을 똑똑 따 데쳐서 먹는다.

필자도 그런 야속한 사람 중에 하나다. 한번 맛을 보면 쉽게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홑잎나물이라고 부르는 나물은 또 있다. 화살나무와 닮은 회잎나무 잎도 홑잎나물이라고 부른다. 회잎나무와 화살나무는 아주 닮았는데 나뭇가지의 날개가 있으면 화살나무이고 없으면 회잎나무로 본다. 이외에도 회나무, 참빗살나무, 참회나무와도 아주 닮아서 열매 형태와 달리는 모습으로 구분한다.

가을이 되면 화살나무는 온통 붉은색으로 변한다. 단풍나무나 복자기, 붉나무에 못지않게 아주 빨갛고 예쁘게 물든다. 그래서 공원이나 정원에 심는 조경수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나뭇잎이 붉은 색으로 물들고 사이사이에 있는 열매들도 붉은 자주색 열매껍질이 네 갈래로 벌어져 오그라지고 붉은 씨앗이 나온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아주 작고 연두색이라서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열매도 꽃만큼 작게 달린다. 

입동이 지났지만 아직 마음에선 가을을 붙잡고 있다. 짧아서 아쉬운 가을을 느끼려 고개를 들어 하늘도 쳐다보고 가로수 길의 낙엽을 밟으며 거닐어도 본다. 화살나무는 새빨갛게 물들어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은 화살과 같다고 했고 당겨놓은 화살은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가을을 보내며 아쉽지만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음을 안도한다. 다행히 달력 한 장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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