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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보호하기 위한 장갑,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장갑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7.11.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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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사람들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는 계절이다. 추운 날에 입김으로 오그라진 손가락을 녹여보기도 하지만 장갑을 사용하기도 한다. 추운 날씨와 함께한 인류는 일찍이 장갑을 개발했다. 방한 목적 이외에도 손을 보호하기 위해서 장갑은 사용됐고 우리나라도 활을 쏠 때나 매 사냥시 장갑이 사용된 기록이 있다.

서구에서도 장갑은 수천 년 전부터 사용돼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장갑이 발견되기도 했고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장갑은 사용됐다. 장갑은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이기도 해서 권력층들은 손가락 장갑을 사용한 반면, 평민들은 손가락이 없는 장갑을 사용했다. 특히 중세 기사들은 철제 장갑을 착용해 전투시 취약한 손을 보호하기도 했다.

보호 목적으로 사용되던 장갑이 의료분야에 도입된 이유도 의료진이 환자로부터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1758년 독일의 의사 발바움은 양의 창자로 만든 장갑을 사용해 감염성 환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부검을 하던 의사들은 시술 중 칼에 상처를 입어 심각한 경우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가죽으로 만든 두꺼운 장갑을 사용해서 부상을 예방하려고 했다. 이 시기에 사용되던 장갑은 가죽으로 만든 투박한 장갑으로 현대적 의미의 장갑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용되던 고무가 콜럼버스에 의해서 유럽에 소개됐는데 고무나무에서 채취되던 천연고무는 연필로 쓴 글씨를 지우는 지우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1843년 미국의 굿이어는 우연히 난로 위에 놓인 고무가 뛰어난 탄력성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연고무에 황을 첨가하면 높은 탄력성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새롭게 가공된 고무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서 우리 주변 생활용품으로 사용됐다. 자동차가 개발되던 시기와 때를 같이하면서 자동차 바퀴 재료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고무로 만들어진 물건 중에는 고무장갑이 있었다.

할스테드가 간호사를 위해 개발한 수술 장갑.


1889년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의 외과의사 할스테드는 간호사가 손소독제로 인해 발생한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타이어 회사에 의뢰해서 고무로 장갑을 만들어 줄 것을 의뢰했다. 할스테드의 주문으로 제작된 고무장갑은 비교적 얇고 신축성이 좋으며 소독약품으로부터 간호사의 손을 보호해줄 수 있었다.  

의료용 수술 장갑을 최초로 착용한 이 간호사는 몇 달 뒤 할스테드와 결혼했다. 그런데 정작 수술 집도의인 할스테드가 수술용 장갑을 사용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였다. 할스테드가 활동하던 당시 미생물이 발견되고 감염의 원인이 세균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이다. 리스터는 석탄산을 이용한 소독방법을 개발해서 많은 환자를 감염으로부터 구하기 시작했다. 할스테드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수술 전후 꼼꼼한 소독으로 감염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스터의 소독방법으로도 상처의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었다. 

할스테드는 동물 실험을 통해서 상처가 없는 경우에는 세균이 심각한 감염증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수술시 손상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다. 당시 외과의사들의 관심사는 주의 깊은 수술법에 집중했고 섬세한 손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 감각이 떨어지는 장갑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수술 전 손 소독이 강조됐고 환자 몸에 손을 접촉하지 않으려고 기다란 수술 도구가 개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독일 의사들은 파라핀을 녹인 왁스를 손에 칠해 세균 침투를 막아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들은 모두 불편한 점이 있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지만 수술 감염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는 계속됐다.

할스테드의 제자인 블러드굿은 수술 보조로 근무하면서 고무로 된 장갑을 착용했는데 처음에 서툴던 손이 시간이 지날수록 장갑에 익숙해졌다. 1894년 집도의가 된 블러드굿은 자신이 수술을 할 때도 수술 장갑을 착용했는데 맨손으로 수술할 때보다 상처 감염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블러드굿은 이 사실을 할스테드에게 말했고 할스테드는 이마를 탁 치면서 자신은 장님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할스테드는 수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고무장갑을 개발해 놓고 몇 년 동안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수술 장갑은 수술실 의사의 필수품이 됐고 수술 후 감염은 획기적으로 감소됐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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