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동 독바위줄다리기 축제 열려
전승보존회 한곽운 “시민 관심 부탁”

# 250여 년 전, 상현독바위 일대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시대 문관으로 대흥군수, 영릉참봉, 영원부사 등을 역임한 진천 장씨 27세손 장이간이 아들의 꿈에 나타나 “내 묘지 아래에서 남녀노소 모두 힘을 합해 정월 상달 초야에 줄다리기를 하라”고 말했다. 달리 방법이 없던 마을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총 동원해 줄다리기를 했다. 이후 전염병은 사라지고 풍작으로 마을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때부터 마을 주민들은 매년 줄다리기를 하게 됐다.

4일 상현독바위역사공원에서 상현1동 독바위줄다리기 축제가 열렸다. 250년 전 조상들의 간절함이 담긴 독바위줄다리기 재현은 물론, 풍물과 난타, 민요, 한국무용, 소고춤, 각설이 등 다양한 공연도 함께 열려 지역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때 주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독바위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된 데는 이 지역 원주민인 독바위줄다리기 전승보존회 한곽운 회장과 회원들의 노력이 컸다. 한 회장은 독바위 전수관과 역사공원을 설립하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3회째 이어오고 있는 독바위줄다리기 축제를 주관해 열고 있다.

상현1동에 위치한 독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아주 먼 옛날 바위 두 개가 싸웠고 한쪽 바위가 ‘독해서 이겼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독바위에서 펼쳐지는 줄다리기 줄은 암줄과 숫줄이 있어 숫줄은 동쪽, 암줄은 서쪽에 놓는다. 약 50~70m 길이로 만들어진 두 개의 줄을 통나무로 고정시키고 남자어른(동쪽)과 여자어른, 아이들(서쪽)이 편을 나눠 줄다리기를 한다. 이때,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축제를 주관한 한곽운 회장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점점 더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전통의 가치를 인정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다보니 독바위에 대한 존재가 마을에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잘 압니다. 이곳에서 매년 행해졌던 줄다리기는 어린 시절 기억으로 남아있지요. 해방 후 그 맥이 끊겼다가 1985년부터 재연돼 오늘날에 이르게 됐죠.”

급격한 도시화로 기능을 보유한 주민들의 이주와 독바위 주변 개발에 그 명맥만 간신히 이어오던 것을 최근 상현동과 수지구 주민들의 노력으로 재현해 내며 경기도 민속놀이 경연대회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한곽운 회장은 “이번 상현동 독바위줄다리기 줄을 직접 제작하지 못해 오산에서 빌려온 건 내심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당초 한 회장은 줄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할 지역 어른과 함께 직접 제작하고자 했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실천하지 못했다. 한 회장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상현동 독바위 줄다리기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던 하나의 축제예요. 처음 이 줄다리기를 재현하기 위해 준비할 때 벌써 정확한 유래와 방법이 많이 사라졌다는 걸 알고 ‘아차’ 싶었죠. 여기 이 자리를 제가 지키고 있는 만큼 조상들이 했던 전통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내고 싶어요. 저 혼자서는 절대 못합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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