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무릅쓰고 북한탈출한 국군포로 장진환씨
정착지원금 받았지만 병마와 생활고에 허덕여
탈북자지원단체 “지자체 지원과 관심 절실” 

17년 전 귀환한 국군포로 장진환씨. 그는 현재 병환으로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2000년 2월 23일 제3국을 통해 귀환한 국군포로 장진환(87)씨. 20년 간 교화소 수감생활과 탄광 노동자로 생활하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가정을 꾸렸지만 북한에서의 비참한 생활 탓인지 병환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탈북자 지원단체 ‘물망초재단’에 따르면 국군 포로 출신 중 현재 생존자는 33명이며 장진환씨가 그중 한 사람이다. 물망초재단의 제보를 받고 7일 장진환씨 집을 찾았지만 부인 A(80)씨만 만날 수 있었다. 장씨는 북한에서의 오랜 노동 탓인지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변변치 않은 생활고 탓인지 기력이 약해져 수술 뒤 올해 6월부터 성남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데,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국군 포로가 탈북해 한국에 오면 정착 지원금과 함께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 등을 포함해 약 3억~5억원을 받는다. 2006년 ‘국군 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귀환 용사에 대한 재정 지원은 괜찮은 편이다. 장씨도 정부로부터 3억50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유일한 혈육인 동생이 그 돈을 관리해준다며 가지고 가서 매월 8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왔다고 한다. 

부인 A씨에 의하면 어느 날부터 금액이 60만원으로 줄더니 장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부터 생활비가 딱 끊겼다고 한다. 다행히 병원비는 국방부에서 지원하고 있고, 간병인 비용은 그나마 동생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물방초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원대 박정현 교수는 “탄광에서 하루 10시간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시던 분에게 돈을 한꺼번에 드리면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장씨 문제의 원인을 지적했다.

돈을 노린 가족·친지와 갈등을 빚거나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로 전락하는 국군포로에 비해 장씨 사정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장씨의 요양병원 퇴원 이후의 생활이나 입원 장기화에 따른 간병비 문제도 고민이다. 보훈처 관계자의 도움으로 몇 해 전 기초수급자에 선정돼 정부에서 지원받는 30여만원이 장씨 가족의 생활비 전부이기 때문이다. 연료비에 교통비, 식비 등 거동이 불편한 두 사람이 한 달 간 생활하는데 빠듯하다. 재산이라곤 부인 명의 전세금이 전부다.  

7일 장씨 집을 찾았을 때 전등 하나 켜지 않은 채였다. 베란다에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냉기를 막기 위해 은박매트가 설치돼 있었다. 거실 한쪽에는 보훈처에서 줬다는 쌀 1포가 놓여 있었다. 박정현 교수는 국군 포로들이 여생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 필요성을 밝혔다. 그는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자체에서라도 조국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이들의 고귀한 뜻을 살펴 관심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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