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모임 초록회 만들어
미혼모시설 정기적으로 지원

용인 백암파출소 정창호 경감. 그는 지난달 20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아있는 한 경찰이 눈길을 끌었다. 용인동부경찰서 백암파출소장 정창호 경감이다. 문 대통령 옆 자리에 앉으면서 주목을 받은 정 경감은 승진과 함께 올해 1월 치안 행정의 최 일선인 파출소, 그것도 인구 9천 여명의 농촌지역인 백암파출소장으로 부임했다.

경찰 입문 이후 강력계 형사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정 경감이 파출소장으로 부임하자 파출소와 백암지역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파출소 문턱이 낮아졌다. 장이 서는 날이면 백암파출소 주차장을 주민들에게 내주었다. 또 시골 어르신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친절한 상담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경찰과 주민들 간 거리는 한결 가까워졌다.

정 경감은 순찰에 나설 때 꼭 경로당에 들린다. 노인들 안부를 확인한 뒤 순찰차를 두고 걸어서 가가호호 방문하며 민원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동네 주민들이나 어르신들을 만나면 좋더라구요.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형님, 누님이라고 불러요. 오래 사시라는 뜻에서 말입니다.” 정 경감은 주민들 속을 파고들어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치안활동이고 대민지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런 정 경감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정묘섭 백암면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경찰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있는데 정 소장님은 경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사람"이라며 "경로당에 순찰차를 대고 마을을 걸어서 순찰하는 것이나, 봉사활동은 왠만한 주민들은 알 정도"라고 말했다.  

파출소의 변화는 또 있다. 지난 5월 직원들과 함께 ‘초록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달 1만원의 회비를 거둬 생필품과 먹거리를 사서 매달 두 차례 미혼모시설 생명의집을 찾는다. “미혼모시설 얘기를 들었는데 아픔이 있다보니 신분 노출을 꺼려 건강보험이나 지자체, 국가로부터 지원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원들과 논의해 ‘초록회’를 만들었는데 콩나물공장이나 두부공장 사장님들도 취지를 알고 함께 하고 있어요.” 초록회라는 모임의 결성 배경이다.

정창호 경감의 제안으로 백암파출소 직원들은 초록회라는 봉사모임을 만들어 매달 두 차례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영 경사, 정창호 경감, 이우성 경위, 최현주 경사, 이재승 경위

최근에는 파출소 주최로 경로잔치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경찰의 날을 기념해 백암파출소에서 각 마을 노인회장과 노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잔치를 연 것이다. 정 경감을 비롯한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식사를 대접했는데, 농협이나 주류업체에서 과일과 막걸리 등을 후원해 보다 풍성한 잔치가 됐다.

정 경감은 “우리만의 잔치가 아닌 우리도 노인들을 모실 때가 됐다는 생각에 직원들에게 얘기했더니 한 번 해보자며 모두 동의해서 이뤄지게 됐어요. 내년에도 백암에 남아 있다면 올해보다 나은 잔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창호 경감에게 경찰에 대한 의미는 크다. “경찰은 목에 힘주는 사람이 아닌 주민들을 위하고 헌신하기 사람이며 그런 자세가 경찰의 본분이지요. 주민들에게 봉사하고 눈과 귀가 돼 주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눈 높이에 맞게 치안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정창호 경감. 그는 경찰 입문 이후 대부분을 강력계 형사로서 일선에서 범인 검거에 나섰던 베테랑 경찰이다. 그는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생명보험 사기사건을 1년 넘게 수사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왼쪽 팔다리를 쓰는데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정 경감은 수백 건의 사건을 수사해 범인을 검거했던 베테랑 형사의 눈매로 백암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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