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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은 발레 전공 여고생 펜을 들다칠장사 전국백일장 대상 보정고등학교 2학년 이진영 학생

전국백일장 대상 영예
칠장사 가는 길 풍경 영감 받아

'할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는
변화하는 계절의 마중이었다
언제부턴가 할아버지는 팔월에 기대앉아서도
힘겹게 기침을 뱉어냈고
난 알았다
당신의 사계절은 전부 겨울이 되었음을'

- 이진영 <할아버지와 나무> 중에서

발레를 전공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지난달 21일 열린 ‘칠장사 어사 박문수 전국백일장’에서 장원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보정고등학교 이진영 학생은 평소 글짓기를 배운 적이 없었던 데다 친구들과 함께 호기심에 출전했던 터라 갑작스런 큰 상에 본인 스스로도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2009년부터 시작된 칠장사 전국백일장은 암행어사 박문수의 전설이 내려오는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를 중심으로 마련된 대회다. 과거를 보러가던 박문수가 칠장사 나한전에 잠시 머물며 기도를 드린 후 꿈속에서 부처님이 과거시험에 출제된 문제들을 다 알려줘 급제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칠장사 백일장은 매년 전국 각지에서 온 500명 이상 학생이 대회에 참가할 만큼 규모가 크다.

이진영 학생은 이 대회에서 고등학생이라고 보기엔 놀랄 만큼 풍부하고 높은 수준의 감성을 시에 쏟아내며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적었어요. 대회 시작 30분 만에 완성했는데 대상까지 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 이진영 학생은 평소 책 읽기를 즐겨하고 일기도 꼬박 쓴다. 시는 좋은 글귀가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써왔다.

“칠장사에 가는 길에 단풍이 들어있는 나무를 보고 있는데 옆자리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와 나무가 겹쳐보였어요. 그 느낌을 시에 담아봤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마른 할아버지의 팔뚝, 고요히 잠든 얼굴에는 겨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번 대상 수상 이후 주위 사람들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진영 학생은 “‘정말 맞느냐’며 믿지 못하시던데요”하며 수줍게 웃었다.

이 양은 무용가,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등. 너무 많은 꿈 중 어떤 꿈을 향해 갈 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발레를 전공했지만 더 늦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꿈을 모두 접해보고 싶어요. 이번
수상으로 시인도 꿈꾸게 됐고요. 좋은 상 주신 분들과 축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꿈이 많다는 것은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 그녀의 모든 가능성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이유다.

황연실 기자  silsil47@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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